도쿄 과학박물관이 시끌시끌합니다. 일본 특허정보페어&콘퍼런스(PIFC) 때문입니다.
PIFC 행사장 입구에는 영어와 일본어로 쓰인 행사장 지도가 보입니다. 작은 글씨여서 눈이 아프지만 영문으로 제작된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외국인도 여럿 있었습니다.
기업 공동 프레젠테이션 공간입니다. 개막 하루 전에는 부스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레젠테이션 연습으로 붐볐습니다. 강연은 20분 단위로 쉴 틈 없이 계속됐습니다. 업체별로 준비한 주제별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실을 얻었을 겁니다.
NRI 사이버 페이턴트는 특허 조사·관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부스가 커서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만큼 보여줄 것이 많다는 의미겠죠. 그들이 소개한 대표 서비스인 `트루 텔러(True Teller)`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가 순위별로 출력돼 특허 출원 흐름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PIFC에 참가했습니다. IP노믹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비전인사이드, 대전테크노파크 등이 참여한 공동 부스는 물론 단독으로 참가한 한국특허정보원, 윕스, 마크프로 등도 한자리를 꿰찼습니다.
베이징 산유(Sanyou)는 중국 특허사무소입니다. 행사에서는 자체 조사 분석툴을 선보였습니다. 산유 임직원은 450명으로 중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라고 합니다. 사내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도 10명을 보유했다고 합니다.
전시장 중간에 카페가 보입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지친 관람객 손에 어느새 커피 한 잔이 들려있습니다. 카페를 가장한 프론테오(FRONTEO) 홍보 부스에서 건넨 무료 커피입니다. 흔한 커피 맛이지만 홍보 효과가 상당합니다. 프론테오의 `페이턴트 익스플로러(Patent Explorer)`는 특허를 분석해 선행기술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심사관 심사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니 꽤 괜찮은가 봅니다. 올해부터 기존 사명(유빅, UBIC)을 `선두로 나아간다`는 뜻의 FRONTEO로 바꿨다니 기대해봐야겠습니다.
프랑스 퀘스텔(Questel)은 애니파이브와 공동 개발한 서비스를 시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데이터베이스 기반 검색 서비스지만 랜드스케이프 모형으로 직관적인 비주얼을 구현했네요. 밸류넥스(Valuenex)나 랜던 IP(Landon IP)에서도 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내부 로직은 저마다 달라 사용자 검증이 필요합니다. 퀘스텔 서비스는 국내외 특허를 따로 검색해야 하는 여타 국내 검색 엔진과는 달리 모든 패밀리 특허를 찾아줍니다. 프랑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한국 차례인가 봅니다.
한편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는 한국과 일본 간 교류회를 개최했습니다. 선착순으로 모집한 10개 업체가 참석해 양국 IP서비스 산업 발전에 뜻을 함께했습니다. 김수천 도원닷컴 대표는 이번 교류회를 발판으로 일본과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 IP기업과의 교류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일본 골드 IP(GoldIP)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식재산 분석 방법론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시연했습니다.
PIFC 기간에는 일본 특허청 방문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국내 방문자들은 일본 특허청을 찾아 실제 무효심판에 사용되는 심판정에서 특허심판방법을 경청했습니다. 특허심사 절차를 듣고 심사관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보는 등 일본 특허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전사라 렉시스넥시스 이사는 이번 행사가 15번째 참석입니다. 강산이 한 번하고도 반이나 더 변하는 시간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만한 것을 그는 알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PIFC는 일본 기업 위주 행사였어요. 하지만 작년부터 중국 기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죠.”
실제 행사장에서 중국 기업 부스를 심심치 않게 발견했습니다. 전 이사는 “일본 사용자는 조사 분석은 물론 출원 관리, 소송 등 다양한 것을 원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가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PIFC를 바라보는 남다른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1층 전시장에만 있다 보니 지하에서 진행하는 콘퍼런스를 놓칠 뻔했습니다. 강연장을 들어서니 예배를 보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가 사람을 압도합니다. 모두가 숨죽여 강연을 경청합니다. PIFC에 준비된 콘퍼런스에서는 정보검색 시스템 설명, 변화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 특허청,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유럽 특허청, 일본 특허청 등에서 참여해 연사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다시 행사장 입구입니다. 티켓 부스 앞에서 입장하는 참관객을 주시하는 한 남자. 어딘가 낯이 익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을 지킨다고 하네요. 몇 번을 왔다 갔다 해도 같은 자리에 서서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다리가 아플 법도 한데 역시 행사의 얼굴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지친 땀을 식히기 위해 나온 과학박물관 밖은 안과 달리 조용합니다.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는 우아한 겉모습과는 달리 물밑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친다고 하죠. 지금 박물관 내부도 그렇습니다. 부디 지금의 발버둥이 우아한 도약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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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
나유권 IP노믹스 기자 yk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