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총리지명권을 국회에 일임했다. 국회 지명 총리가 추천되면 그를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후임 총리가 내각 구성과 지휘를 책임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이번 박 대통령 국회 방문이 정국 수습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의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에서 합의해 새로운 총리 추천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임 국무총리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한지 6일만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전날 야권에서 영수회담 선결 조건으로 `김병준 총리지명자 철회`와 `박대통령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야권은 이 전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을 위한 장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이나 정기국회 시정연설 등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 정치적 사안으로 국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 국회 방문에서 야당 대표가 참석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다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야당이 요구해온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를 수용한데다 거국중립내각 구성권을 국회로 넘길 의사까지 표하면서 여·야·청간 냉랭 기류를 반전 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