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세계 반도체 업계는 대형 인수합병(M&A) 시도가 줄을 이었다. 성숙한 시장, 높아지는 기술 난도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는 연구개발(R&D) 비용 등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전자가 퀀텀닷-LED(QLED)를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내세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차세대 기술 주도권 경쟁의 큰 틀이 형성됐다.
2017년에도 반도체 업계는 `M&A`,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 경쟁`이 한 해 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대형 M&A 지속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업계의 대형 M&A는 계속됐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ARM, 일본 르네사스가 미국 인터실,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스가 리니어테크놀로지를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70억달러(약 53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M&A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다.
퀄컴의 NXP 인수를 바라본 전문가는 주력 성장 산업의 바통이 모바일에서 자동차, 사물인터넷(IoT)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낀 퀄컴이 천문학 규모의 비용을 들여 NXP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이 오래 전부터 마이너스 또는 저성장 사이클을 오가는 `성숙기`에 접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아직 인수할 만한 업체가 다수 남아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회사명도 거론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세미코리서치 등 조사·컨설팅 업체는 전력반도체 전문 업체 맥심,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기업 래티스반도체, IoT용 저전력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제품군 등을 보유한 실리콘랩스, 시스템온칩(SoC)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마벨, 무선충전 칩과 무선주파수(RF) 칩을 다루는 IDT 등이 매력을 끄는 피인수 반도체 기업으로 평가했다.
◇디스플레이, OLED 독주 속 차세대 기술 경쟁 `솔솔`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단연 OLED를 꼽는다. 특히 플렉시블 OLED는 스마트폰, 스마트와치,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뿐만 아니라 자동차·조명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저변 확대 신기술로 평가받는다.
플렉시블 OLED와 대형 TV용 화이트 방식 OLED(WOLED)가 양산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R&D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OLED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퀀텀닷 소재를 OLED 구조에 적용한 QLED 투자를 발표하면서 퀀텀닷과 QLED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창희 서울대 교수는 “중소형과 대형 OLED 기술은 이미 기업들이 양산 경험을 쌓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는 미래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업계를 지원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