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새글을 확인하며 출근하는 A씨는 요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페이스북 접속하기 겁난다. 낯부끄러운 사진과 함께 불법 도박사이트, 성매매사이트 등을 광고하는 글이 불쑥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국계 IT 기업에 다니는 B씨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수년 전 가입만 하고 평소 들어가보지도 않는 계정이 친구 등록된 거래처 관계자 담벼락에 불법 성매매 광고글을 남겼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휴면 계정을 도용하거나 가짜 프로필로 만든 허위 계정을 이용해 성매매 사이트와 불법 도박장 등을 홍보하는 성인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미성년자가 보기 부적절한 음란 사진에 자극적인 문구는 물론이고 상담과 예약을 위한 카카오톡 아이디(ID)까지 적혔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본인 담벼락뿐만 아니라 친구가 새로 남긴 글이나 친구 담벼락에 다른 회원이 남긴 글, 그룹 페이지 새글까지 사용자에게 노출된다. 친구가 한명도 없는 허위 계정이라도 많은 친구를 가진 회원 담벼락에 성인 광고를 남기면 노출 효과가 극대화된다. 실제 프로필로 가입된 계정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앱 권한 설정 관리 부주의로 도용된 경우 피해는 더 커진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SNS 이용자 네명 중 한명은 사설 도박, 음란물, 성매매 알선 등 불법·유해 정보를 SNS에서 접한다. 이 중 10대 응답자도 27.8%에 달한다.
광고를 보고 들어간 한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주소까지 사이트 하단에 버젓이 명시했다. 국세청 홈택스 조회 결과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로 확인됐다. 공지와 후기 게시판 등에는 조회 수가 10만회가 넘는 글이 게시됐다.
페이스북으로 홍보가 이뤄진 성매매 사이트는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검색 포털에서는 사이트가 나오지 않는다. 해외 검색 서비스인 구글을 이용하자 페이스북 홍보글과 사이트 주소를 안내하는 트위터 글 등이 검색됐다.
성매매 사이트와 불법 도박사이트 등은 공통적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상담, 예약 창구로 활용했다. 광고글을 접한 사용자가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면 이용방법 등을 안내하며 단속을 피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옐로 아이디는 신고 기반으로 이뤄져 성매매나 도박 등 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발견되면 바로 사용을 정지시키지만 개인 아이디를 성매매 사이트 상담 등에 이용하는 사례는 아직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면서 “경찰에서 수사를 위해 영장을 가지고 오면 협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커뮤니티 내부 신고를 기반으로 규정 위반 단속이 이뤄진다. 게시물 우측 상단 `신고` 버튼을 누르면 해당 언어를 이해하는 전담 팀이 검토한다. 보통 허위 계정은 삭제를, 도용된 계정은 회원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지만 기준이 모호하게 적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계정 도용을 막기 위해선 새로운 장소, 기기에서 이뤄지는 접속 시도를 알려주는 `로그인 알림`과 특수한 보안 코드를 요구하는 `로그인 승인` 등 추가 보안 기능을 설정해야 한다. 신원이 불분명한 계정으로부터 친구 신청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박상현 페이스북코리아 홍보총괄은 “커뮤니티 규정 적용 모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 내부에서 같은 신고 내용을 가지고 반복적 크로스체크를 진행한다”면서 “여러 사람이 리뷰한 결과를 비교분석해 규정 적용이 엄격히 이뤄지도록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