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V3`와 이스트소프트 `알약` 등 무료 PC백신이 철옹성을 이룬 국내 개인 보안 시장에 외산 솔루션 공세가 이어진다. 랜섬웨어가 기승을 부리며 무료 제품으로 안심하지 못하는 개인 사용자 구매 수요를 겨냥했다. 개인용 모바일 보안 시장에서도 중국산 보안 애플리케이션 성장이 두드러지며 V3와 알약 자리를 위협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보안전문업체 `이셋(ESET)`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제품 할인정책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올해 역시 여름부터 `ESET 무한도전 프로모션`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셋은 지난해 기준 세계 안티바이러스 솔루션 시장 점유율 4위 기업이다. 여느 보안업체와 마찬가지로 주 매출 기반은 기업용 솔루션이다. 국내 시장에는 2014년 처음 진입한 후발주자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개인용 백신 시장에서 펼치는 할인 공세 역시 인지도 향상 목적이 크다.
이셋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3만~4만원대 PC백신 제품도 개인이 대부분 구입해서 사용하지만 무료 제품 점유율이 공고한 국내에서는 저가 정책이 아니면 시장에 자리 잡기 어렵다”면서 “개인용 제품 할인 프로모션 이후 인지도 향상 효과를 기업 고객과 만날 때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인텔시큐리티 역시 내년 국내에 출시하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군 가격대를 글로벌 공식 가격 대비 30% 가까이 낮추는 강수를 뒀다. 오픈마켓 등 리테일 시장에는 이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가장 저렴한 1PC용 제품 외에는 설치기기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아 사용자가 체감하는 비용은 더 낮다.
이셋과 인텔시큐리티 모두 본사와 조정 과정을 거쳐 한국 시장에만 특별 적용하는 가격 정책을 세웠다. 한국어로 제공돼 영어권 국가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인데다 해외 사용자는 구매가 어려운 결제 환경 덕분에 가능했다. 직접적 금전 피해를 입히는 랜섬웨어 감염 우려에 유료 백신 구입을 고려하는 개인 사용자도 늘었다.
V3와 알약 등 국산 무료 제품도 최근 다차원 분석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반 신·변종 악성코드 대응 등 신기술을 적용하며 성능을 개선했다. 하지만 유료 시장에서 경쟁하며 상품성을 끌어올린 해외 제품에 비해 이용자 신뢰도가 낮다.
송한진 인텔시큐리티 상무는 “이번 가격 정책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면서 “무료 백신과 유료 백신 차이를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등 개인용 모바일 백신 시장에서도 국산 제품 입지가 좁아진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제품군에는 한때 V3 모바일 백신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현재 맥아피 모바일 보안 제품에 자리를 내줬다. LG전자 스마트폰도 맥아피 모바일 시큐리티가 번들로 들어갔다.
360시큐리티와 치타모바일 등 중국 보안업체 모바일 보안 앱도 빠르게 성장했다. 스마트폰 최적화와 바이러스 백신 기능을 갖춘 치타모바일 클린마스터는 최근 국내 다운로드 1000만을 돌파했다. 중국 인터넷·보안 전문 업체 치후360이 글로벌 브랜드로 내세운 360시큐리티도 올해 초 TV광고와 온라인 바이럴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중국산 모바일 보안 앱은 허위 바이러스 경고 등 앱 설치를 유도하는 공포 마케팅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스마트폰 속도 향상, 게임 최적화 기능 등이 인기를 끌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