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계 과학기술 성과는 얼마나 많은 `씨앗(seed)기술`을 갖고 있느냐로 결정됩니다. 크고 복잡하지 않더라도, 전에 없던 과학기술의 단초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박윤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씨앗기술연구실장은 고부가가치 기술 발굴 전문가다. 차세대 연구항목이 될 씨앗기술을 발굴, 선행특허 창출을 위한 여건을 만드는 `창의도전 연구`가 그의 일이다.
ETRI 내 연구원들이 낸 300여건 아이디어에서 향후 고부가가치를 구현할 원천기술 단초를 찾아낸다. 과학계를 넘어 세계인이 열광한 알파고(Alphago) 시스템도 심층시경망 기술 등 씨앗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현재 2.8m 수준인 이동통신 GPS의 오차범위를 ㎝ 단위로 줄이는 것도 아이디어 과제 중 하나다. 정밀한 GPS는 군용은 물론 생활 전반 위치정보서비스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한다.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 바디 에리어 네트워크(Body Area Network) 등에 쓰일 핵심기술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에 쓰일 소형화, 개인영역 네트워킹 기술이 향후 선보일 첨단 과학기술의 단초가 된다는 계산이다.
과거 ETRI가 CDMA와 와이브로(Wibro) 기술을 개발, 우리나라 이동통신 황금기를 이끈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그는 1987년 ETRI에 몸 담아 지금껏 핵심 원천기술 도입·개발에 헌신했다.
그는 1998년 5메가 대역 동기식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을 새 이동통신 기술로 제안, 시제품 시연에 성공했다. 이후 `퀄컴` 특허 영역을 피한 비동기식 `W-CDMA` 개발도 성공했다. 기술이전을 받은 삼성전자 등은 이동통신 분야 왕자로 거듭났다.
와이브로도 2000년대 초반 그의 손에 탄생했다. 상용화 단계에서 한계를 보였지만 다른 나라에 기술료를 줄 필요 없는 국제표준 기술이다.
박 실장 지휘로 우리나라는 와이브로 종주국이 됐다. 2009년에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 어드밴스드(Wibro-Advanced)를 선보였다.
박 실장은 2003년 CDMA 이동통신개발 공로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2008년에는 와이브로 개발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밀리미터)파를 이용한 `모바일 핫스팟 네트워크(MHN)` 기술도 그가 제일 먼저 개발에 착수했다. MHN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ETRI의 주요 정보통신기술로 세계에 소개된다.
박 실장은 “세계 이동통신 기술 개발을 주도한 경험과 노력은 재차 핵심원천기술을 찾는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새로운 씨앗을 찾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