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소자를 공동 연구한다.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 장비, 소재 업체도 동참한다. 업계에선 메모리 전문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사람 뇌와 유사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소자 구조 연구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연구 단계지만 성과를 낸다면 먼 미래에 양산까지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13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강유전체 물질을 활용한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와 재료 업체 버슘머티리얼즈도 참여했다. 버슘은 에어프로덕트에서 분리 독립한 반도체 재료 전문 업체다.
현재 컴퓨터에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연산 프로세서는 순차 연산에 특화돼 있어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는 인공적 지능을 구현하면 전력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사람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 칩 연구가 한창이다. 사람의 뇌는 100억개 신경세포와 10조개가 넘는 연결구조(시냅스, Synapse)로 이뤄져 있다. 신경세포의 처리 속도는 초당 10회 정도, 약 10㎐에 그친다. ㎓단위로 연산을 처리하는 CPU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지만, 방대한 연결 구조 덕에 병렬 처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IBM은 이미 뉴로모픽 칩인 트루노스를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성능을 10배 개선하고 전력 소모량을 줄인 병렬 반도체 칩 아이리스를 선보였다. 중국 칭화대도 IBM 트루노스와 동일한 구조의 뇌 모방 칩 `톈즈(Tianji)`를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동 연구가 기존 프로세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궁극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연산능력까지 갖춘 신개념 컴퓨팅 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칩 개발을 위한 기초 핵심 물질은 강유전체다. 강유전체는 전압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분극(Polarization)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분극은 전기를 유전체에 흘려 음극(-)과 양극(+)을 만드는 것인데, 이는 데이터 저장 기본 구조인 `0`과 `1`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유전체는 전압 크기의 변화에 따라 분극 상태를 부분 조절할 수도 있어 데이터를 단순히 0이나 1로 구분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태로 기억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스탠퍼드대학교는 이와 같은 특성을 이용해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뉴로모픽칩 연구에 활용할 방침이다.
홍성주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이번 공동연구는 소자, 공정, 장비, 재료, 설계 등 각 참여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의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요시오 니시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강유전체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물이 있고 이해도가 높아 공동연구 전망이 밝다”며 “이번 협약이 미래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