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객안전 위해 결정…4분기 실적 하락 불가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을 결정했다. 발화 원인을 파악해 재판매를 하더라도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채인식 등 최신 기술로 화려하게 등장한 갤럭시노트7은 출시 두 달도 안 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의 스마트폰이 됐다. 전략 스마트폰 단종에 따라 삼성전자와 협력사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신속하게 후속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제품으로 신뢰 회복에 주력하는 게 삼성전자에 남은 과제다.
삼성전자는 11일 조회공시를 통해 “최근 갤럭시노트7 소손(발화)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을 조절했다”며 “하지만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더 이상은 갤노트7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공시 직전까지도 “단종은 앞선 해석”이라고 밝혔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단종 결정이 내려지자 관련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다. 이 회사가 대표 프리미엄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로 끝내 단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AT&T와 T모바일 등 미국 이동통신사가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을 발표한 이후 단종 발표까지는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0일 생산 일시 중단에 이어 11일 오전 판매와 교환 중단, 오후 단종을 발표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각국 조사당국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종을 발표했다. 조사 발표와 상관없이 더 이상 갤럭시노트7 판매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문제점을 발견해 수정하고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사태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판매 재개에 나섰다가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갤럭시노트는 갤럭시S 시리즈와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표한다. 갤럭시S 시리즈보다 타깃층이 제한되지만 역대 시리즈가 모두 10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대화면이 대세로 굳어진 가운데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단종 결정에 따라 당장 삼성전자는 연간 휴대폰 판매 4억대 재진입이 어려워졌다. 4분기 영업이익 하락도 점쳐진다. 산술상으로 100만원짜리 갤럭시노트 1000만대는 10조원 매출과 맞먹는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전체 매출(약 51조원), IM부문 매출(약 27조원)과 비교하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매출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길 기대했던 협력사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오랫동안 신규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한 업체는 판매선 확보와 재고 처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채인식 기반 금융권 핀테크 확산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스마트폰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지난해 갤노트5 출시로 9월 반도체 생산이 17.2%, 전체 산업 생산이 54개월 만에 가장 큰 폭(2.4%)의 증가세를 보인 게 그 방증이다. 자동차·철도 파업에 악재가 겹치며 청와대 고심이 깊어졌다.
남은 과제는 고객 불안과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속한 뒷수습이다. 삼성전자는 13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교환과 환불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동통신사의 구체적 교환 안내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며 충격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를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