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정밀도를 자랑하는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다. 30억개 염기쌍으로 이뤄진 한국인 유전체 서열을 거의 완벽하게 해독, 체질에 맞는 신약개발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소장 서정선)와 마크로젠(대표 정현용)은 한국인 유전체를 대상으로 최고 정밀도를 갖춘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를 구축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됐다.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 분석은 최신 서열분석 기술인 `롱 리드 시퀀싱`을 이용했다. 이를 이용해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고,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연결하는 신생 조합방법이 적용됐다.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뿐만 아니라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 10x지노믹스, 바이오나노 지노믹스 등 다양한 유전체 분석 기업이 참여했다.
현재까지 인간 유전체 분석은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생물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GRCh38`을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했다. 서양인 중심이다 보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가진 특정 유전자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 질병연구나 신약개발 과정에서 아시아인 유전적 특이성과 연관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서양인 중심 표준 유전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안 표준 유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9년 7월 북방계아시아인 전형으로 한국인 `AK1` 유전체를 분석하고,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7년 만에 기존 방법 대신 롱 리드 시퀀싱 등 최신 서열분석 기술과 신생 조합 알고리즘을 사용해 한국인 대상 최고 완성도를 자랑하는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를 완성했다. 롱 리드 시퀀싱은 염기서열을 기존 100배 길이로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법이다.
현재 사용되는 인간 표준 유전체 한계를 극복하고, 인종별 표준 유전체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 기존 인간 표준 유전체 GRCh38은 기술적 한계로 확인이 불가능한 190개 DNA 영역을 공백 상태로 남겨둔다. 이번 연구팀은 190개 중 105개(55%)를 완벽하게 밝히는데 성공했다. 부분적으로 해결된 72개까지 포함하면 93% 공백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최초 표준 유전체가 발표된 2003년 7월부터 올해까지 14년간 공백상태인 점을 해결했다.
또 연구팀은 770만개 염기에 해당하는 1만개 이상 새로운 삽입형 구조 변이를 발견했다. 이중 54개 구조변이는 유전자 발현이 일어남을 확인했고, 137개 변이는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POU2F3, HRASLS2 등 다수 새로운 아시아인 특이 구조변이도 밝혀냈다.
이 밖에 부모로부터 받는 양쪽 염색체 유전정보를 파악하는 것 중 가장 어려웠던 구간인 조직적합항원 유전자를 재구성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는 장기이식검사에 사용된다. 장기이식 수술 시 유전체 분석만으로 적합한 이식 대상을 선정하는 길을 열었다. 약물 대사 속도를 결정하는 CYP2D6 유전자 유형도 정확하게 규명됐다. 약물 대사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해 약물 과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서정선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은 “고정밀도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 완성은 아시아 정밀의학 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을 확보한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 민족별 표준 유전체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45억 아시아인을 위한 정밀의료를 선도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은 이번 연구로 확보한 표준 유전체 구축 기술을 `지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 연구 프로젝트에 핵심 기술로 활용할 전망이다. 올 2월 출범한 프로젝트는 3년간 1200억원을 투입, 아시아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