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의 사슬을 끊은 우리나라 수출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대자동차 파업에 따른 자동차 수출 부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상승세를 가로막았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8월 2.8% 증가세를 보이며 2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줄었다. 상승세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올해 무역수지 1조달러 돌파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세계 경제 둔화 등 곳곳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4분기 수출 목표 달성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를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55억1000만달러 규모다. 5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상수지가 흑자 행진을 보이면 달러화가 갑자기 부족해 생길 수 있는 외환위기 걱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는 우리 경제 여건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불황형 흑자는 국내 상장사 실적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한국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68곳의 영업이익이 14.44% 올랐지만 매출이 정체한 상태에서 거둔 성과여서 불황형 흑자일 뿐이다.
수출이나 매출의 `불황형 흑자` 구조에 변화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외형 증대 없이 비용이나 원가를 줄여 만든 흑자는 국가나 기업의 장기 생존에 위협을 줄 수밖에 없다.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려면 경쟁력 확보가 먼저다. 기업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가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요구된다. 그러려면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개혁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선제 대응 없이 머뭇거렸다가는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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