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가 게임업계에 뜨거운 감자 하나를 던졌다. `캡슐형 아이템` 일명 뽑기 아이템 확률공개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업계와 언론은 아이템 규제 가능성에 대해 설왕설래했다.
`가챠`라고도 불리는 캡슐형 아이템은 게임사 입장에서 마약과 같다. 마약은 잘 쓰면 모르핀처럼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인간을 폐인으로 만든다. 지난 추석 연휴에 만난 중소게임사 사장은 괴테의 희곡에 나오는 파우스트처럼 말했다.
“매출이 생긴다면 캡슐이 아니라 제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금 중소게임사는 생사 갈림길에 서 있다. 산업 과점화는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한다.
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 개발사는 퍼블리셔, 앱스토어 등과 수익을 나누면 고작 매출 20% 정도만 손에 쥔다. 이러니 게임사는 `유저 착취`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금에 응하는 유저도 소수다. 모바일게임 유저 4.7%만 아이템을 구매한다. 이 4.7% 중 0.1% `고래`로 불리는 고액 결제 유저가 게임사를 먹여 살린다. 모든 게임사들은 고래 유저를 노리고 덤벼든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했고, 결국 아이템을 구매하는 유저가 법적인 규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아무리 돈을 투입해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고, 도대체 아이템 획득 확률이 얼마나 되는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자 게임 유저가 분노한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업계 자율규제일 것이다. 그런데 유저들이 묻는다. “자율규제라는 것이 가능한가요?”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자율규제가 시행된 적이 있지만 무력화된 지 오래다.
2015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자율규제를 따른 158개 게임을 보면 고작 27개만 게임 내에 확률을 공개한다. 나머지는 이용자가 품을 들여 공식카페 등을 찾아봐야 한다. 포함하면 안 된다는 캐시아이템도 버젓이 들어 있다. 자율규제 외침은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왜 자율규제가 안되는가. 지인인 게임사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자율규제가 좋기는 한데 안 지켜도 그만 이잖아요.”
그는 다른 게임사가 아이템 확률 등 정보를 공개하고 준수한다면 자신도 지킬 의사가 있다고 했다.
자율규제 핵심은 유저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 위반 시 제재로 정리된다. 제재는 여러 가지가 있다. 꼭 법적 제재만 제재는 아니다. 게임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제재는 바로 유저의 공격과 이탈이다.
위반하면 위반 정보를 공개해 사회적으로 응징하는 방법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 기본 매커니즘은 공포다.
일본에는 셧다운이니, 게임중독법이니 하는 쓸데없이 기업을 얽어매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닌텐도 게임은 한국의 법적 규제보다 훨씬 자기 규제가 강하다. 선정성도, 사행성도, 폭력성도 없다.
닌텐도의 강한 윤리는 바로 일본의 사회적 규범 때문에 생긴 것이다. 사회적 비난이라는 마녀사냥에 직면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닌텐도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일본의 조용하고 차분한 비난은 `공포스러울` 정도다.
차제에 우리도 사회적 규범을 강제하는 민간 감시기구를 하나 만들면 어떨까. 중립적 입장의 학계와 언론계가 중심이 되어 `게임 아이템 국민 감시단`을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