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음악콘텐츠 산업 육성과 아티스트 이익 분배 사이 균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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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회장

유난히 무덥던 이번 여름은 유례없는 폭염과 전기세 누진제로 더 힘겨웠다. 음악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이웃의 삶과 생활에 불편함과 부담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된다.

음악 콘텐츠는 주요 음악 사이트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폭넓게 활용된다. 게임 분야에서는 실제 음악에 맞춰 정해진 패턴의 미션을 수행하는 리듬 액션 게임뿐만 아니라 일인칭슈팅게임(FPS)에서도 캐릭터 홍보를 위한 이벤트로 음악 콘텐츠를 사용한다.

영화·드라마나 각종 영상물에 사용된 음악 콘텐츠가 디지털 케이블방송이나 IPTV의 VOD, 웹하드,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같은 동영상 서비스에 이용된다.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플랫폼에서 대중과 접한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활용한 콘서트 콘텐츠까지 선보였다. 음악 콘텐츠 활용 영역이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구분 없이 확대되는 추세다.

음악 콘텐츠 영역이 넓어지면서 콘텐츠 안에 어떤 음악이 얼마나 사용됐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콘텐츠 개발사나 유통 채널이 많은 불편함을 떠안아야 할 때도 있다. 아티스트가 바쁜 일정과 콘텐츠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권리 처리 문제 탓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기발하고도 참신한 콘텐츠를 공들여 개발해 놓고서 서비스가 사장된 스타트업도 봤다. 음악 권리자가 누구인지 모르거나 과도한 저작권료 때문에 대중에게 공개하지도 못했다. 반면에 영상과 음악이 결합돼 제공되는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모바일 게임, 일부 VOD 서비스에서는 아티스트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서비스만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음악 콘텐츠 산업계 전반은 이와 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콘텐츠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라도 아티스트나 창작자 개개인의 권리를 엄격하게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 콘텐츠 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위해 창작자나 일부 아티스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콘텐츠 시장 확대와 아티스트 권리 보호 문제는 희생이나 방치를 일방으로 강요하거나 한쪽에 치우친 방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기업, 음악 권리자 등 이해 관계자 모두가 콘텐츠 시장 확대를 위해 편리하고 효율 높은 음악 콘텐츠 사용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동영상같이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부가 시장에서도 아티스트 권리를 세세하게 처리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작권 집중 관리가 대체로 잘 발달된 편이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도 대부분 아티스트가 가입돼 콘텐츠 시장과 아티스트 권리를 균형 있게 다룰 기반은 조성됐다. 음악 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단 한 번 계약으로 전 아티스트의 허락을 받는 효율 시스템을 제공한다. 아티스트는 본인이 일일이 파악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에서도 꼼꼼히 저작권료를 받는 구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음악 콘텐츠가 부가로 사용되는 전체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저작권료가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아서 어느 한쪽이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도록 관련 규정을 신속하고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티스트가 유연한 자세로 콘텐츠에 힘을 실어 주고 그 콘텐츠가 확대돼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오는 콘텐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아티스트와 콘텐츠 기업 모두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등 배려해야 가능하다. 콘텐츠 업계와 저작권 업계 모두가 안고 있는 불편함과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원용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회장 drgk3232@fkm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