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중 전기차산업의 상반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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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최고 전기자동차로 불리는 E모델을 타 봤다. 최신 전기차는커녕 자동차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했다. 요란한 소음과 대용량 배터리의 무게감으로 마치 탱크를 탄 듯했다. 실내외 마감재나 주행 도중에 풍기는 냄새까지 모든 게 어색했다.

지난주 현지에서 타 본 중국 전기차는 180도 달라졌다. 한국에서 타던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 성능은 물론 마감재나 디자인까지 전혀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 있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21만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줄곧 1위를 지켜 오던 미국 시장을 두 배 격차로 앞섰다. 더욱 놀라운 건 팔린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 업체가 만든 자국산 차다. 지금까지 팔린 중국 내연기관차 대다수는 GM이나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 기업 간 합작사 제품이지만 전기차만큼은 자국 기업이 휩쓸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함께 내수 자동차 시장을 글로벌 기업에 내준 설움을 전기차에선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자국 자동차 시장을 전기차 위주로 키우면서 관련 산업을 내재화해 미래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로 정부와 산업계가 똘똘 뭉쳤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보다 앞선 자동차 기술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 글로벌 시장 경험까지 모든 걸 갖췄지만 우리 전기차 산업은 몇 년 전과 비교해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 비전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100만대 보급, 미니·준중형 등 전기차 개발 사업까지 발표했지만 철저히 묻혔다. 아직까지 순수 국산 전기차 한 대도 나오지 않았다. 100만대 보급 목표는 현 정부 들어 20만대로 줄었고, 올해 목표 보급 물량 절반도 못 채웠다. 내년 보급 물량은 당초 3만대에서 1만5000대로 깎였다.

중국은 지금 전기차 시대를 국가 차원의 기회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급 목표를 채워야 하는 정책 부담이 해마다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전기차를 타길 꺼리는지, 전기차 산업은 왜 자생력을 잃어 가고 있는지 작은 것부터 원인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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