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 리틀코리아 베트남을 가다(1) 빈즈엉에 부는 `IT한류`

Photo Image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빈즈엉 직업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자동차 분야에 대한 실습을 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코리안 드림을 제 고향인 베트남에서 이루고 싶습니다. 삼성전자 셔틀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 저는 한국 IT 전수 1호자가 될 것입니다.”

8월 중순 뜨거운 날씨에도 베트남 빈즈엉 직업학교에는 몇몇 학생들이 나와 한국 기술을 배우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베트남에 새로운 IT한류바람이 불고 있다. 호찌민 시에서 약 40㎞를 내달려 찾아간 곳은 한국과 베트남 정부 최초로 합작해 한국기술을 베트남 현지에 전수하는 `빈즈엉 직업학교`다.

빈즈엉 직업학교는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산하 직업훈련청이 수도 하노이를 비롯해 북부, 중부, 남부 주요 거점 도시에 기능 인력을 양성하고, 산업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건립한 5개 직업훈련학교 중 하나다. 한국 IT, 전자 기술을 베트남 현지에 전수하는 첫 시도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운용사인 수출입은행이 약 3500만달러 자금을 지원하고, 한국기술교육대학(이하 폴리텍대학)이 IT·전기·전자·기계 등 5개 부문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개발을 지원한다.

이 프로젝트는 외형적으로는 한국이 베트남에 차관을 대여하는 형태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은 기술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국내 기술을 베트남에 전파하고, 이를 흡수한 기술인력을 한국기업이 현지 채용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시드머니가 되는 셈이다.

Photo Image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빈즈엉 직업훈련대학에서 베트남 선생님들이 전자 전기분야 수업을 듣고 있다. 호치민<베트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베트남은 최근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6.5%에 이르는 등 고도의 경제성장을 맞이했다. 전체 IT, 전자, 제조 및 건설 분야가 GDP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직업기술 인력 확충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박종갑 한국폴리텍대학 교수(공학박사)는 “빈증을 비롯한 하노이, 꽝나이 등 5개 직업훈련대학에 한국 IT, 전자, 기계 선진 기술을 전파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개발을 지원해 한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조기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빈즈엉 직업학교 인근에는 약 30개 산업단지가 몰려 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많은 다국적 기업이 입주해 있어 한국기술을 글로벌로 전파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도 기대된다.

현재 빈즈엉 학교는 금속절단, 용접, 전기, 전자, 메카트로닉스, 자동차기술, 컴퓨터 등 7개 전공학과 개설을 앞두고 있다. 내년 신입생 약 350명을 뽑을 예정이다.

2011년 개교 당시 중졸자 대상 2년제 과정으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중학교 졸업자 대상 3년제 단일 과정으로 운영한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기능인력에 대한 산업 수요를 감안해 전기, 전자, 컴퓨터 분야에 대한 전공을 활성화하고 한국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활용해 산업수요에 적극 부응하는데 교육 과정을 특화했다. 향후 고등학교 졸업자 대상으로 컬리지 과정도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Photo Image

박일주 폴리텍대학 자동차과 교수는 “한국 기술을 접한 베트남 현지 선생과 학생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있다”면서 “한국이 기자재를 선정하고 교과과정에 참여한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고, 장기적으로 한국 기술이 세계로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한국 장비와 기자재로 교육을 받게 되면 숙련도 면에서 한국기업 취업이 용이해진다. 장기적으로는 한국기업의 전기와 전자 등 IT 분야 기술을 확산할 수 있어 졸업생과 기업 간 윈윈이 되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특히 한국이 그동안 베트남에 지원한 IT분야는 장비 지원이 주를 이뤘다. 더불어 교육도 컴퓨터 등 장비 수리 쪽에 집중돼 있었다. 이 때문에 급변하는 IT 분야 전반의 기술 적응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과 한국폴리텍대학이 국내 최초로 EDCF 자금을 통해 기자재 공급 사업까지 지원하면서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IT 네트워크는 물론 다양한 제어기술, 이를 위한 프로그램 작성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빈즈엉 직업훈련학교를 통해 또 다른 한류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IT한류다. 한국 기술과 교육시스템을 융합해 스마트폰과 각종 가전, 자동차 산업에도 새로운 선단형 진출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부품, 소재 기업이 해외에 함께 진출해 수직 통합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한류 열풍이 다른 산업으로 확장돼 시너지가 일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특정국가에서 한류가 자리잡을 때 이에 대한 경제효과는 해당 문화에서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파급된 관련 산업에 의해 크게 배가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애로가 바로 기술인력 확보다.

그동안 한국 문화 콘텐츠에 국한됐던 한류를 넘어선 또 다른 기술 한류가 베트남에서 진행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


[표]한국-베트남 직업기술대학 건립사업 현황(자료-수출입은행)

[창간 34주년 특집] 리틀코리아 베트남을 가다(1) 빈즈엉에 부는 `IT한류`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