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제값주기]발주자와 SW기업 상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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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우수 발주기관 초청 SW제값주기 좌담회`가 서울 가락동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우수 발주기업으로 선정된 발주자와 소프트웨어기업 관계자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위해 발주자와 기업 간 상생이 중요한 시기다. 제대로 된 SW 사업 발주 문화 속에 국내 SW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SW산업협회는 지난해부터 우수 발주 기관을 추천받아 시상하고 있다. SW 사업 가치를 인정, 적정한 사업 대가를 지급하는 모범 사례를 발굴한다. 올해 상반기에 총 4개 우수 발주 기관을 선정했다. 우수 발주 기관으로 꼽힌 기업 및 이들 기업을 추천한 SW업계 관계자와 함께 올바른 SW 발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전략팀장

△서홍석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

△정영석 잉카인터넷 이사

△정필 LIG시스템 사업부문 공공2본부장

△진남호 농협은행 카드스마트지원팀 차장

※사회=윤대원 전자신문 SW콘텐츠부장

◇사회(윤대원 전자신문 부장)=상반기 SW 제값주기 우수 발주 기관으로 선정됐다. 어떤 이유에서 우수 발주 기관으로 한국관광공사와 농협은행을 추천했는지 궁금하다.

◇정필(LIG시스템 사업부문 공공2본부장)=대기업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공공기관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스템통합(SI) 사업만 하다가 처음으로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해 시작한 곳이 한국관광공사다.

관광공사는 사업 수주 후 과업지시서 등을 상호 명확히 합의했다. 추가로 발생하는 업무는 일정 범위가 지나면 별도 계약을 체결, 사업자 부담을 덜었다.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 후 개인 복리후생이나 출장비를 보전해 주는 사례가 드물다. 관광공사는 일정 비용을 부담했다. 관광공사에 파견된 직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또 관광공사는 다자간 성과 공유 제도를 시행한다. 이 제도에 따라 관광공사 성과를 유지보수 직원과도 공유한다. 갑을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김경태(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전략팀장)=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LIG에서 파견됐지만 상주하면서 함께 일한다. 이들을 갑을 관계로 대하면 업무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파트너십 개념으로 우리 직원과 용역 직원이 한 식구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공사에 LIG 직원 외에 하도급사 직원도 있다. 이 하도급사에도 비율별로 성과를 내면 소정의 성과급을 줬다. 내부 직원과 용역직원 간 문화 교류도 활발하다.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눈다. LIG 용역 직원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

처음부터 용역비 예산을 풍족하게 측정한 건 아니다. 정부 예산 지침 아래 최대한 절감하는 부분은 절감하고 성과급 통해 가능한 부분은 증액, 예산 범위에서 상호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했다.

◇정영석(잉카인터넷 이사)=지난 2014년 금융권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정부 지시가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기존의 보안 제품을 대체하는 제품을 개발했지만 금융권에서 선뜻 도입 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다. 당시 농협 카드에서 먼저 검증해 보겠다고 나섰다.

보통 새로운 형태 제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하면 단가를 낮추거나 유지보수를 낮게 책정하는 때가 많다. 농협은 철저히 성능 위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벤치마크테스트(BMP)를 거쳐 성능을 검증했다. 구축비와 설치비도 따로 구분, 제품을 제대로 도입했다. 중소기업이 금융권에서 레퍼런스를 잡기는 어렵다. 농협이 제품 도입을 선도, 안정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

◇진남호(농협은행 카드스마트지원팀 차장)=은행권은 시스템 구축에 보수 경향이 있다.

2014년 처음 논액티브엑스 구현 사업을 시작할 때 이 기술을 확보한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단순히 저가의 금액만 따져서 제품을 도입할 수 없었다. 자칫 실수하거나 보안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금융사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 검증이 중요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검증 과정을 거쳤다. 잉카인터넷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기술력을 보고 제품이 좋아 선택했다. 그리고 금융사 최초로 논액티브엑스를 구현한 시스템을 열게 됐다.

◇사회=공공 또는 민간 SW사업 수주나 발주 시 제도상의 애로 사항이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가.

◇정필=외산 SW 유지보수요율이 이슈다. 공공에서 SW 유지보수율 산정 때 외산 SW 유지보수 요율 금액 때문에 인건비에서 이를 조정하는 때가 많다. 처음부터 유지보수 사업이 제값을 못 받고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산 SW를 배제할 수도 없다. 이미 들어간 SW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곳이 상당수다. 외산 SW 유지보수요율을 적정하게 산정해 줘야 당초 정해진 비용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서홍석(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현재 SW 유지보수요율이 외산은 22%, 국산은 15% 수준이다. 국산은 15%까지 올렸지만 그대로 집행되는 사례는 적다. SW 유지보수요율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에서 유지보수 예산을 예산편성 지침에 명시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발주 기관이 스스로 유지보수 예산을 깎는 일이 벌어진다.

요율 준수 여부를 정부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 유지관리요율 실적을 평가지표에 넣으면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어서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김경태=SW 유지보수요율은 변동 요인이 많다. 업체 간 출혈경쟁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지보수요율 가이드가 12%라고 하더라도 어떤 회사는 이보다 낮춰 제안하는 때가 있다.

국산 SW와 외산 SW 비율을 적정하게 섞어야 하는데 외산 SW는 양보가 없다. 발주자가 유지보수요율을 15%로 책정했다 하더라도 국산 SW는 15% 이하로 내려가는 때가 있다. 예산은 한정됐고 외산 요율은 깎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국산 요율을 낮추는 경우가 발생한다.

◇진남호=이미 내년도 사업 예산을 받고 있는 상태다. 예산을 잡기 위해 내년에 진행할 시스템 구현에 얼마나 필요한지 물어 보면 업체 간 가격차가 많이 난다. 같은 시스템인데도 편차가 크다. 표준화된 가이드가 있다면 발주 입장에서는 사업 예산 잡기가 편하다. 정형화되고 효율 높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서홍석=협회는 지난 2012년부터 SW 사업 대가 가이드를 발표하고 있다. SW가 무형 가치이기 때문에 업체마다 가치를 얼마로 보는지 차이가 있다. 적정 대가가 얼마인지를 책정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기능점수 방식으로 대가를 산정하지만 아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정밀한 대가 산정 가이드를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회=SW업계가 어려운 이유의 하나로 SW가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SW가 적정한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가.

◇서홍석=SW 제값받기 현안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업 변경, 과업 추가 문제다. 발주자들이 사업 계약 이후 과업 변경·추가에 비용을 책정하지 않는다. 과업 변경 시 추가 금액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처음부터 과업 요구가 구체화 및 전문으로 이뤄지면 과업 변경·추가 발생 여지가 적다. 발주 기관과 발주 담당자는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김경태=개발 대상이 물건이라면 과업 지시를 구체화할 수 있다. SW나 정보기술(IT) 시스템은 무형이기 때문에 정확한 과업을 사전에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업이 추가 과업이냐 아니냐에 대한 시각 차이도 있다. 발주자는 몇십억원 주는데 추가과업이라기보다 현재 과업에서 일정 부분을 변경하고 계속 진행되는 업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구축업체는 추가 비용이 들어가 불만일 수 있다. 이런 오해를 막고 소통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나 다양한 사례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발주자들이 참고하도록 하자.

◇사회= SW 제값주기 문화 정착을 위한 추가 의견을 부탁한다.

◇김경태=`SW 제값주기`라는 용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제값주기라는 용어를 놓고 발주자와 기업 간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제값`을 줬다는 의미가 더 저렴하게 구매하지 않고 높은 가격을 줬다고 이해할 수 있다. SW 가치를 인정해 주고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자는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용어에 대한 고민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서홍석=SW 기업이 SW 가치에 부합하는 값을 받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업계 종사자 처우가 개선되고 우수 인재가 영입될 것이다. SW 분야는 빠르게 변한다. 연구개발(R&D)이 중요한 분야다. SW 제품이 적정 가격을 받으면 R&D 투자 여력이 생긴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때 SW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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