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을 통해 세계 표준화에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대-중소기업간 협업을 통한 국제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오전에 주로 독일 중소기업을 많이 방문했다”면서 “혁신은 대기업에서 20% 정도가 나오고, 80% 정도가 중소·벤처기업에서 나오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중소기업을 먼저 방문한 이유를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퀀텀닷 TV부터 패밀리허브 냉장고, 애드워시, 갤럭시노트7, 기어 S3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제품을 직접 살펴봤다. 삼성전자에서는 김상우 부사장이 나와 함께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김 부사장에게 “독일 업체들이 스마트홈 센서 분야에서 표준화를 통해 협력하는 것을 인상적으로 봤다”면서 “우리도 국제 표준에 참여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혁신 역량은 있지만 국제 표준에 영향을 미치기에 너무나 역부족이고, 대기업은 국제 표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혁신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 통해 세계 표준화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부사장은 “중소기업들과 협력해서 열심히 혁신하고, 표준화를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발 혁신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산업현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 `국가 공인 동물원`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정보통신부가 있을 때도 중소기업 지원을 제대로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왜 성공 못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특히 기업간거래(B2B) 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B2B 기업은 처음 납품 기업이 생명을 좌우하는데, 대기업이 독점 계약을 요구하는 동물원 구조 때문”이라며 “독점 이후 빠져나가지 못해서 망하는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동물원 구조를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더욱 강화했다고 날선 비판을 날렸다.
안 전 대표는 “처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다고 할 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수도권 이렇게 만들고, 3~4개 대기업이 공동관리를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면서 “그러면 혁신센터에서 창업하는 기업은 최소한 3~4개 대기업에 무리하지 않고 납품하는 길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동물원 구조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전국에 17개 혁신센터를 두고 대기업 하나씩 독점 권한을 줬다”면서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가 우리나라 현실과 핵심적인 문제를 얼마나 파악하지 못하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성공 확률이 낮은 것에 대해 정부가 현장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베를린(독일)=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