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기반의 인터넷전문병원 사업이 중국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병원 모델로 논의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을 중국으로 전환했다.
28일 병원 업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중국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와 현지 인터넷전문병원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 내 오프라인 병원과도 연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도 검토한다.
인터넷전문병원은 예약부터 진료, 질환관리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온라인에서 산발로 이뤄지던 예약, 건강 상담·관리 서비스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되면서 방문할 필요 없는 `병원` 개념으로 떠올랐다. 환자가 몰리는 대형 병원도 각종 진료 과정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면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등 효과가 크다. 의료 온·오프라인연계(O2O) 등 관련 산업 육성도 가능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에서 예약, 진료, 질병관리 등 병원 역할 상당 부분의 온라인 전환을 시도했지만 원격진료 금지 등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따라 서비스가 가능한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중국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지우이(就醫)160`의 병원 진료예약 서비스를 비롯한 건강 상담, 병원 홍보 등을 제공한다. 2400개가 넘는 현지 병원과 제휴, 가입자만 8800만명을 확보했다. 지우이160이 보유한 폭 넓은 고객(병원, 의사, 가입자)을 장점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 서비스와 솔루션을 접목하면 중국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검토 분야는 만성질환 관리다. 합작사 헬스커넥트가 보유한 당뇨병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 지우이160 협력병원과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위한 플랫폼과 병원 고객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 중국 선전메디컬센터를 활용하거나 필요 시 오프라인 병원 설립도 검토한다. 온라인으로 진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 치료가 목적이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지우이160을 방문해 중국 내 모바일 헬스케어 수요와 시장 성장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분당서울대병원의 만성질환 관리 앱이나 의료서비스 등을 접목할 경우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아이메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 모바일 의료건강 서비스 시장 규모는 74억2000만위안(약 1조2393억원), 가입자는 약 2억9300만명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는 3배 가까이 성장한 184억3000만위안(약 3조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우이160 및 춘위이성(春雨醫生) 등은 중국 내 수천 개 병원과 제휴해 온라인 예약, 건강 상담 및 관리, 광고 등을 제공한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 병원으로 연계하는 플랫폼으로도 각광받는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대표 인터넷 서비스 기업도 앞다퉈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다.
우리나라는 인터넷병원 구현에 필수인 원격진료가 원천 금지다. 산업 활성화와 환자 편의성 증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관련 모바일 서비스도 진료 예약, 병원 위치 검색, 건강 정보 제공 등에 머무른다.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질렀다는 의견도 있다.
신영종 나우중의컨설팅 대표는 “중국은 의료 서비스 불균형 해소 등을 목적으로 각종 규제 해소, 서비스 문호 개방 등을 적극 추진한다”면서 “이 결과로 가입자만 수천만 명을 보유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가 다수인 가운데 당뇨, 고혈압 관리 등에 특화된 한국 기업도 일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교수는 “인터넷전문병원은 병원의 영리가 아니라 환자 편의성 높이기가 목적”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원격의료 금지 등 각종 규제 때문에 환자 편의성은 물론 관련 산업 육성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