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변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게 아니라 그동안 인지를 못한 것뿐이죠.”
이정근 솔트웨어 대표는 도인(道人)같다. 적어도 IT라는 도(道)에 있어서는 그렇다. 말 한 마디가 시장을 관조하는 듯하다. 우리와 상관없이 빨리 변하는 세상을 따라 잡으려면 오히려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두른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IT 기업을 운영한 지도 어느 새 20년을 넘겼다. 대우자동차 전산실 근무 경력을 더하면 IT분야에서만 30년을 넘게 일했다. 그래서인지 눈 앞 성과를 두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아예 사업도 본부장을 두고 총괄토록 했다. 이 대표는 한 발 물러서 미래를 구상한다.
기존 사업과 연장선 상에 있는 것들은 굳이 이 대표가 나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 몫이다. 리더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가 말하는 `CEO`다.
이 대표는 “공공기관 정보화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며 “관련 제품·솔루션 시장도 답보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품을 가져와도 시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성숙단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사실 솔트웨어는 공공기관과 기업포털 솔루션 시장 점유율 1위다. 공공기관과 기업·대학 업무통합 솔루션 서비스 전문업체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업이다. 주변에서는 때 이른 걱정이라고 하지만 이 대표의 그간 경험은 위기라고 경고한다.
이 대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식물공장과 클라우드에 투자해왔다. 식물공장은 농업에 IT를 접목한 것으로, 농업에 LED조명시스템과 환경제어, 로봇자동화를 융합한 형태다. 스마트폰으로 식물 성장을 모니터링하고 성장환경을 제어할 수도 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의 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서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환도 성공했다. 모든 솔루션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컨설팅도 지원한다.
이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력을 갖춘 직원보다 한 식구가 될 직원을 찾는다. 당장 현장에 투입해 성과를 내는 것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솔트웨어가 일·학습 병행제 1호 기업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이 대표도 한 식구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경영에 참고한다. 솔트웨어란 회사명도 한 직원이 제안한 작고 소중하다는 뜻을 가진 `소금`에 `창고`를 더했을 뿐이다.
이 대표가 직원들과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회사 성장은 대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따라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솔트웨어가 새 도약을 하는 데 필요한 사전 준비는 끝났다”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직원들과 함께 솔트웨어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