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보다 청문회 증인 채택이 더 중요한가

여야가 합의한 22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무산됐다. 추경안의 국회 처리 무산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과 연계되면서다.

야당은 청문회에 최경환 의원 등 핵심 증인이 출석해야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선(先)추경 후(後)청문회`란 형식만 외쳐대다가 증인 채택을 빌미로 추경 포기 카드까지 꺼냈다. 협치는 온데간데없다. 양보라도 하면 마치 낭떠러지에 떨어질까 염려하는 외나무 다리에 마주선 염소인 것처럼 됐다.

추경이 시급하다고 한 것이 정부와 국회다. 그렇지만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벌이는 정쟁에 민생은 뒷전이다. 청문회 증인 채택이 민생을 우선할 수는 없다. 증인 보호 명분으로 추경을 폐기하겠다는 주장은 더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악재 투성이다. 얼마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한 등급 상향 조정됐지만 여러 경제 지표가 경고등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기업은 신규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지갑을 닫아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줄 줄 모르고, 수출은 무려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대외로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파장이 잠재돼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사드 보복 심리가 우리 경제의 위협 대상이다.

이번 11조원의 추경안에서 순수 일자리 창출 지원 예산은 고작 1조9000억원 규모다. 일자리도 6만 8000개 창출될 것이라고 했지만 한시 공공근로 성격이 강하다. `일자리 추경`이 무색할 정도다. 이번 추경이 본래 취지에 어울리도록 예산안의 세밀한 검토가 정쟁에 밀려나 있는 꼴이다.

본지가 몇차례 언급한 것처럼 추경은 땅에 떨어진 국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민생이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데 추경안 처리보다 당장 중요한 것이 그 무엇이 있겠는가.

추경은 타이밍이다. 내년도 본예산 국회 제출 시한(9월 2일)까지 겨우 열흘 남았다. 늦었지만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지난 4·13 총선에서 민심이 정치권에 주문한 `협치`의 진면목을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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