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신용카드 산업과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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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는 정보기술(IT) 혁신과 빅데이터 활용, 이를 통한 인공지능(AI) 실용화에 매료돼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AI를 활용한 각종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신 부가가치 창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도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됨에 따라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AI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현실세계와 게임세계 경계를 무너뜨려 전 세계에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 역시 선풍을 일으키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IT 발전으로 막연하게만 생각해 온 상상은 현실이 되고, 이미 상용화돼 우리 손 안에 들어와 있다. 국내 카드산업에서도 모바일카드, 생체인식을 통한 보안인증 등과 같은 IT가 접목된 상품이 금융서비스 혁신을 이끌고 있다.

1980년부터 시작한 국내 신용카드 산업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정부정책에 힘입어 신용카드 사용이 국내 민간 소비지출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지속 성장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물가 상승 등 자연 증감 요인에 따라 카드 이용 실적은 어느 정도 증가하겠지만 통계상 카드 이용 실적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가맹점수수료 인하 요구 등 대내외 요인에 의해 카드 이용 실적 상승을 통한 카드 시장의 성장 동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수수료에만 의존해 온 카드사 경영 방식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제 카드사는 과거 가맹점수수료에만 의존하던 경영 방식에서 벗어서 IT를 활용한 새로운 혁신을 통해 신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마침 지난해부터 카드사 부수 업무가 포괄 허용으로 전환되면서 부수 업무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카드사는 변화하는 금융·IT 생태계에서 생존 가능한 가장 적합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혁신을 위한 IT와 금융 융·복합 핵심이 핀테크, 빅데이터라는 점에서 카드사는 기존의 지불결제 시장 기술력과 다양한 고객 정보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카드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 분야는 크게 빅데이터 활용, 보안 및 본인 인증, 지급결제 플랫폼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빅데이터 분야는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정보를 토대로 특화 상품을 개발해 카드회원의 건전한 소비생활을 유도한다거나 영세 상인에게 유용한 상권 분석 자료를 제공, 조기 폐업 등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익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음성, 홍채, 지문 같은 생체인증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함으로써 카드 부정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앱카드, 모바일 전용카드가 결합된 통합 지급결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오프라인 위주의 지급결제 영역을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또 카드가맹점을 활용한 각종 배달, 대리운전, 카셰어링 같은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카드사 모바일 플랫폼에 연계해 가맹점 매출액 증진뿐만 아니라 소비자 편의을 증진시킬 수 있다.

금융 업종 간 경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앞으로도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찾겠지만 현재와 같은 금융회사가 미래에도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여기서부터 어디에까지 선을 긋는 것보다는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체성은 업의 이름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결정된다. 카드산업이 금융·IT 혁신의 최적 DNA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면 `포켓몬 고`와 같은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카드산업의 중단 없는 도전을 기대해 본다.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상무이사 woon@cref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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