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20대는 취업사기에 40대는 대출사기에 당했다

정부기관을 사칭한 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은 크게 줄었지만 대출을 빙자한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꾸준히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20대는 취업을 미끼로 급여계좌 개설, 출입증 발급 등에 필요하다며 통장이나 체크카드 양도를 요구하는 것에 많이 당했고, 40대는 신용도 상향을 위해 거래실적을 올려주겠다며 접근하는 대출빙자형 사기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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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별 대포통장 발생건수 (단위:건)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2만1555건으로 작년 하반기 2만2069건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기관 사칭형 사기에 사용된 대포통장은 6591건으로 전기에 비해 24.9% 감소했지만 대출빙자형 사기에 사용된 대포통장은 1만4964건으로 12.6% 증가했다.

은행권 통장이 전체의 73.9%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기에 비해 5.3% 감소한 반면에 상호금융권 통장은 14.7%로 점차 늘고 있어 주목된다.

금감원은 최근 대포통장 발생 특징 가운데 하나로 신규 계좌 대신 장기간 사용하던 기존 계좌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신규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 목적 확인 등 심사기준이 강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개인 명의 대포통장은 줄고 법인 명의 통장이 증가했다. 상반기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인원은 1만2807명으로 전기(1만5156명) 대비 15.5% 감소한 반면에 법인 명의인은 752개로 전기(616개) 대비 18.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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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대포통장 발생건수 (단위:건)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 개설 관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유령 법인 설립 후 법인 통장을 개설해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범죄 수법은 대담하게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통장 근절 대책 및 취업사기에 대한 홍보 강화로 통장 확보가 어려워지자 통장 양도시 일정 사용료 지급을 조건으로 공개모집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사기범들은 취업사이트 등에 구인광고를 게시하고 구직자를 대상으로 대포통장을 공개모집하거나 유령 법인의 서류를 이용해 법인 통장을 개설하면 계좌당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인을 초청해 관광 등을 제공하고 이들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등 대포통장 확보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금감원은 향후 법인 통장 개설시 실제 사업영위 확인 등 내부 통제절차를 강화하고 대포통장 신고 인센티브 제고를 위해 신고포상금을 현행 최대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좌 개설 기간별 대포통장 발생 비중 (단위 : %)>

계좌 개설 기간별 대포통장 발생 비중 (단위 : %)
대포통장, 20대는 취업사기에 40대는 대출사기에 당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