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전문가들이 뭉쳐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SW 산업에 새로운 활로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IT개발자협동조합은 최근 아웃소싱 플랫폼 `쿱브릿지`를 공개하고 영업활동에 나섰다. IT개발자협동조합은 IT 개발자 출신 전문가 집단이다. 여성과학기술인중개사이트와 한국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 제작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X-프로젝트` 수행 업체로 선정되는 등 지속적 성과도 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협동조합 활성화 사업 공동 네트워크 개발을 맡게 됐다.
쿱브릿지는 발주처와 IT전문가가 직접 만나는 온라인 장터다. 발주처가 직접 프로젝트 내용과 기간, 예상 금액을 등록하면 해당 IT전문가가 팀이나 개인 자격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기존 IT인력 아웃소싱 업체와 달리 조합에서 거둔 수익 대부분을 참여 전문가가 가져간다. 고객과 전문가가 만나 예산을 결정한다. 조합 이름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임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쿱브릿지가 안전 결제방식인 에스크로 시스템에 대금을 보관한 후 프로젝트가 끝나면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수익에서 IT인력이 가져가는 비중은 50% 내외에 불과하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발주처 입장에서도 거품 없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개발자 경력이 공개되기에 필요한 인력만 선택 가능하다. 조합원이 직원이 아닌 주인으로 참여해 책임의식을 가진 것도 장점이다.
조합 가입 대상은 IT개발자와 디자이너, 기획자 등 IT 관련 전문가다. 가입 비용 100만원을 내면 된다. 대신 조합 이름으로 입찰하기에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사업에도 참여 가능하다. 프리랜서 개발자는 기존 인력 아웃소싱 업체에 일감을 받아서 하는 것과 분명 다르다.
다만 매출액 가운데 10%는 조합 운영비로 재투자된다. 특정 사업자나 개인에 귀속되지 않는다. 업무 공간과 네트워크, 마케팅 등에 쓰인다. 세무나 법률 자문도 공동으로 진행한다. 분쟁이 발생하면 중재 비용도 전액 지원받는다. 개별적으로 활동하지만 조합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철 조합 이사는 “프리랜서 비율이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데 반해 상당수가 1년 이하 단기 계약인 상황이라 노조를 통한 처우 개선은 불가능하다”며 “IT전문가 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발주처도 합리적 비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