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규제 개혁 체감도는 83.6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 개혁 체감도와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 개혁에 대한 역설에도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핀테크 분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핀테크 분야 또한 금융 감독 당국이 규제 관점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규제 개혁을 본격화하겠다고 외친 지 2년 하고도 절반이 지나갔다. 그동안 우호적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규제 개혁의 실효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핀테크 업계에서 실질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는 규제 내용이 여러 법률에 중첩돼 있어 주무 부처의 다른 규제가 그물처럼 작용하는 `복합 규제` 때문이다.
핀테크는 말 그대로 이종 산업 간 결합에 의해 탄생한 융·복합 전형 산업이다. 융·복합 산업의 특성상 하나의 규제를 해결하자마자 난데없이 `여기 또 하나 있소` 하고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규제 장벽이 잇따라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규제 개혁 효과의 체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러 법률에 걸쳐진 복합된 규제 문제나 주무 부처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는 서둘러 관련 법령들을 정비하면서 동시에 주무 부처를 단일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오랜 시간 각 부처 내에서 규제 당국이 익숙해져 온 `관성적 규제` 때문이다. 융·복합 산업의 특성을 띠는 새로운 산업인 핀테크에 대한 규제 시각은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핀테크 영역에 대한 태도를 보면 여전히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일단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시작하자는 과거의 규제 일변도 심리와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핀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 방향을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많다는 것은 지금까지 견지해 온, 명확히 법률에 허용한 경우에만 합법이라는 규제 당국의 전제로부터 벗어나게 해 달라는 요구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서 금하는 사항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들에 대해서도 금융 당국이 부정적 입장을 전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업계는 아직 품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률의 네거티브 전환에 앞서 금융 당국의 규제 프레임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또 이를 시장 참여자에게 명확히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규제 문제는 법을 제·개정해야 할 사안도 있지만 공무원 권한이나 관점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금융 당국이 시장에 적절한 시그널을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법을 바꾸지 않아도 현행 법 체계 틀에서 명백히 금지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작은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원천 금지하는 것보다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특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우려 사항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 건정성에 대해 감독 기능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또 금융 당국은 규제 관점에서 국내 법률 환경만 고려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글로벌 환경을 고려,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해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
해외에서 보편화된 서비스에 대해서는 우선 최소한의 감독 장치나 안전장치를 통해 국내 사업자가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거대한 트렌드를 막을 수 없다면 감독 가능한 영역에서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아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시도에 대해 해외의 검증된 사례를 ?고 판단 근거로 삼으려는 관성 또한 벗어나야 할 때다.
해외 사례를 준거로 삼아 추종하는 것만으로는 기껏해야 국내용 카피캣을 만드는 데 머물 수밖에 없고, 글로벌 공룡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 snhong@paxm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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