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이 포스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에 너도나도 참여할 거라곤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전혀 아니더군요. 당장 먹고 살기 버거운 기업이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는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입니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당장 OLED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OLED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게 현실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대기업이 선행 기술 개발 의지가 있어도 장비, 부품, 소재 등 전체 생태계가 없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국가 디스플레이 연구 과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다. 미래 핵심 기술을 앞서 확보하기 위한 선행 기술 개발 과제가 중심이다. 산·학·연이 한 과제 안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 분야에 매진해 전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조성된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국책 과제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예산은 2013년도 274억원(전년도 대비 -1%), 2014년도 244억원(-11%), 2015년도 195억원(-20%)으로 계속 줄었다. 올해는 신규사업 예산이 전면 삭감, 93억원(-52%)에 그쳐 산업부 일반회계 예산 11억원을 부랴부랴 배정했다.
국회 눈치 보기에도 여전하다. `디스플레이=대기업 사업`이라는 오해 때문에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책을 요구하지 못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은 단연 세계 1위다. 고용 창출 효과는 국내 전체 산업에서 상위에 속하는 대표 제조업이다. 대기업이 디스플레이 완성품을 만들려면 장비, 부품, 소재 등 중견·중소기업이 대다수인 후방산업 경쟁력이 필수다.
더 치열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산업에서 흔들림 없이 경쟁력을 기를려면 전·후방 산업 간 탄탄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밀고 당겨 주는 대·중소기업 협력이 없으면 시장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 패널 제조기업 2개사가 한국에 있는 것은 큰 이점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더 적극 생태계 조성·지원 의지를 지녀야 한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