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쇄신 인사를 꺼내 들었다. 전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22%가 퇴임한다. 부진에 빠진 화학군은 13명의 최고경영책임자(CEO) 중 10명, 호텔군은 3개 사업부 대표를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룹 안살림을 맡고 있는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는 위기 관리와 사업 전략 일관성을 위해 유임됐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롯데그룹은 28일 지주와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이번 인사는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신 회장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됐다. 전체 임원 규모를 작년 말 대비 13% 줄이고 CEO도 21명을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쇄신 인사다.
먼저 그룹 전반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그는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 통합 조직을 이끌며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계열사 혁신을 가속하는 중책을 맡았다.
롯데 화학군은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중심 사업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화학군은 CEO 10명이 교체되고 약 30%에 달하는 임원이 퇴임한다. 대대적 쇄신을 위해 60대 이상 임원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호텔군은 호텔·면세점·월드 3개 사업부 수장을 모두 교체한다. 호텔롯데 신임 대표로는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이 내정됐다. 롯데면세점은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이 각각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식품·유통군은 총괄대표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가 전부 유임된다. 신성장동력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새로운 대표를 내달 영입한다.
그룹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신 부사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의 안착과 핵심 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