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형 우주발사체 연기 의혹 눈덩이…안 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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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75톤 액체엔진 연소시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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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75톤 액체엔진 연소시험 모습.

한국형 발사체 시험 발사 연기가 연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초점은 애당초 무리한 일정 상정을 하면서 시간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했는지, 개발진이 책임회피에 급급해 발사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발표한 기술적 난관 해결에도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75t급 액체 엔진을 개발했지만 연소가 균일하게 되진 않는 연소 불안정 문제를 겪다가 최근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기설이 불거지면서 과연 이런 기술적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기술적 문제 해결한 것 맞나?

항우연과 미래부는 발사체 시험발사 일정 조정을 위해 세 번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형발사체 전담평가단 평가와 한국형발사체추진위원회 회의에 이어 지난달 29일 차관주재로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어 10개월 연기를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8일 미래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석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던 우주위원회 회의 자체가 느닷없이 연기됐다. 그것도 개최 3~4시간전 위원들에게 문자로 연락됐다. 이 때문에 시험발사 연기설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림 커지는 형국이다.

미래부는 연기설 관련 해명자료에서 △10개월 연기 결정된 바 없음 △일부 기술적 난제 모두 해소된 상태 △전문가 검토 진행 중이고 이후 우주위원회 통해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도 해명 내용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술적 난제가 과연 해소됐는지를 놓고 강한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고정환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연소 불안정 문제는 지난 2월 해결됐고 추진제 탱크 문제도 해결해 엔진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래부가 모든 것을 점검하기로 했으니 기술적인 문제도 그때 다 해명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10개월 연기가 세 차례 회의에서 결정된 것에 대해선 “구체적인 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짧게 응답했다.

항우연이 향후 200회 가까이 엔진 연소시험을 통해 엔진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경우 엔진설계를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이 2017년 발사예정이던 시험모델은 2020년 본발사에 앞서 75t급 액체엔진과 7t급 액체엔진을 하나씩 달아 2단형으로 만든 시험용 발사체를 쏠 계획이었다.

◇책임 회피 때문에 연기하나

사실 2017년 발사는 시험용이었기에 실패 유무가 기관의 위상을 좌우할 만큼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항우연이 연기를 요청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발사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광래 원장은 현재 원장 연임여부를 결정하는 중간평가를 10개월가량 앞두고 있다. 내년 말 대선과 맞물려 시험발사 연기가 터져 나오면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했다는 설이다. 여기에 갑작스레 부원장급 경영진이 새로 꾸려진 것과 서울대 파와 학연갈등에 의한 파벌싸움까지 얽히면서 일부 간부진 부화뇌동설도 제기됐다. 복잡한 양상이다. 정말 역량이 없어 빚어진 문제라는 지적도 항우연 안팎에서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김승조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아직 1년 6개월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발사 연기를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발사체 엔진 전반의 체계와 부품 기술은 이미 50~60년 전에 확립된 것이어서 최선을 다하면 납기를 맞출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 예산도 이미 배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걸림돌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완료 시기가 2015년에서 2017년으로 연기된 적이 있었는데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1조원이라는 예산확보 어려움 때문이었다”며 “예산 문제라면 이해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들고 나오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예산낭비·우주경쟁력 저하 우려

우리나라가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 착수한지 벌써 19년째여서 `만만디 개발`에 따른 예산낭비 논란도 점화됐다. 정부는 1999년 처음 액체로켓 개발 예산을 편성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첫 개발은 한국화약이 있던 인천 고잔동서 국방과학기술연구소가 1958년 국방로켓을 시험했다는 기록이 있다. 58년전 얘기다. 1975년엔 백곰 지대지탄도 미사일이 발사됐다.

항우연이 개발을 시작한 1999년 이후 투입된 예산은 과학로켓에 800억원, 나로호 5500억원, 우주센터 2500억원, 한국형발사체 1조9500억원, 우주센터 개선작업 2000억원, 사업에 포함안된 200여 연구원 인건비와 행정지원비, 소소한 발사체 핵심기술 개발 사업 등을 모두 합치면 3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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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5. 7톤급 엔진 연소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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