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라,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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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는 출시일, 가격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수십만대의 예약 구매를 받았다. 일각에서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주가 관리를 위해 기상천외의 도박을 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테슬라의 과도한 마케팅은 문제가 됐다. 강점으로 내세운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을 사용하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테슬라 모델S에 탑재된 오토파일럿은 우리가 아는 그런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마케팅 덕분에 일반인은 `오토파일럿(Autopilot)`을 `자율주행`으로 여겨왔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다양한 기술을 혼합한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 속도가 유지되는 크루즈컨트롤, 센서로 앞 차량과의 간격을 측정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액티브크루즈컨트롤, 카메라로 들어온 차선을 인지하고 유지하는 차로유지 기능 등을 혼합했다.

이런 기술은 요즘 고급차에 거의 탑재되는 추세다. 그렇다고 테슬라처럼 호들갑스러운 명칭을 붙이지 않았다. 테슬라도 `보조 기술`을 상징하는 명칭을 붙였다면 운전자는 더욱 조심했을 것이다. 테슬라는 이번 사고가 역광 탓에 흰색 트레일러 차량을 하늘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카메라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한 이스라엘의 모빌아이조차 “자율주행은 아직 먼 얘기”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도 뒤늦게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일 뿐”이라고 인정했다.

외국계 차량 반도체 업체의 한 임원은 “테슬라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세계 사람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반감을 품게 됐다”고 토로했다. 언젠가는 감내해야 할 과정이지만 엉뚱한 시기에 문제가 터졌다. 진정한 자율주행차가 아닌 데도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규제는 강화되고 시험 주행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테슬라의 행보를 곱지 않게 바라보던 독일은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오토파일럿 기술의 작동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강국 독일이 테슬라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의 근본 원인을 모를 리 없다. 자업자득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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