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후(대표 신창훈)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다. 이 회사는 `아이엠게이트(ImGATE)`란 블루투스 기반 디지털 도어락 기술을 개발했다. 휴대폰 앱을 이용해 문을 여닫는 기술이다. 모바일에서 전자 키가 발행돼 도어락 상단 패드에 휴대폰만 갖다 대면 문이 저절로 열린다. 여행자가 인터넷에서 숙박을 예약하면 프런트 직원과 연결 없이도 바로 인증받은 키로 숙박지 문을 열 수 있다.
차후는 개발한 보드를 탑재할 도어락 업체를 찾았는데 최근 디지털 도어락 업체 메타네트웍스를 만났다. 현재 차후와 메타네트웍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업화 방향을 논의 중이다.
이영래 메타네트웍스 전무는 “은행 지점장 덕분에 차후를 알게 돼 새로운 상품 개발을 고민중”이라며 “양사가 협력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 소프트웨어 시각화 업체 엔키아(대표 이선진)는 엔텍시스템(대표 김덕면)과 최근 전력사용량을 예측하고 전력 시스템 오류를 진단하는 시스템 개발을 타진 중이다. 엔키아는 자체 분석 소프트웨어 시각화 툴을 사용해 엔텍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전력사용량 예측시스템과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차후와 메타네트웍스, 엔키아와 엔텍시스템이 함께 사업을 논의하는 데는 한 은행 지점장의 역할이 컸다. 바로 노정호 IBK기업은행 성남하이테크 지점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기업 간 협업의 중재자로 불린다.
노 지점장이 IT기업과 제조기업을 연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에스비시스템즈와 이노디자인을 연결시켜 맞춤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S 밴드`에 세련된 디자인을 더하게 만들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주최한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두 기업을 연결시킨 것이다.
노 지점장이 기업 간 협력을 중재하는 역할을 자처한 것은 IBK기업은행 판교지점장을 맡으면서 부터다. 지난 2012년부터 올초까지 4년간 이 지역 지점장을 맡으면서 발품을 들여 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의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만도 700여개사에 이른다.
그는 기업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업을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SNS에 기업을 탐방하면서 얻은 중소기업 특허 취득 소식부터 제품 개발, 기업 간 협력 등의 내용을 깨알같이 적었다. 그러다가 매일 쓰던 기업소식을 일주일에 한번씩 정리해 소식지로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소식지는 지난주 188호가 나왔다. 이른바 판교 소식지다. 지난 2월부터 판교와 이웃한 성남 하이테크단지로 지점을 옮기면서 소식지는 판교 성남소식지로 바뀌었다. 소식지에 그치지 않고 판교 중소기업 모임인 `1조클럽`도 만들었다.
은행 뒤편에서 주요 고객을 상대하는 한 은행 지점장이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일이다. 몸에 벤 부지런함과 산업을 보는 안목이 빚어낸 결과다.
노 지점장은 성남에서도 판교 기업과 성남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그는 “성남하이테크산업단지에는 4000여개 제조업체와 첨단기업이 함께 뒤섞여 있다”며 “판교를 떠났지만 성남 제조업체와 판교 IT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