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기업결합 심사보고서] SK텔레콤, 심사숙고 불가피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고 끝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지난해 말 심사에 착수한 지 7개월만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간 M&A는 인가하되, 경쟁제한 요소를 줄이기 위해 까다로운 복수 승인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공정경쟁법에 따라 합병 자체를 불허하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는 무의미해진다. 공정위가 일단 합병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승인 조건에 난색을 표시하고,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강도 높은 조건이 부여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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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장고 끝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수합병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SK텔레콤, 사업계획 변경 불가피= 구체적인 승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정위가 여러 영역에 걸쳐 고강도 조건을 부여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이 향후 파장 등에 대한 전망과 분석이 필요할 정도로 `깜짝 카드`도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독과점 예방 등 공정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고강도 조건을 부여한 게 적절한 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규제 완화 추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민간의 방송통신 구조개편 의지를 지원하지 못할망정 정부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방송통신 가입자 제한, 요금인상 금지, 동등결합 등 조건을 부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케이블TV 사업자(SO)간 M&A로 인한 독과점 방지를 위해 2~3년 간 요금인상 금지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동등결합은 케이블TV의 수익성 하락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케이블TV는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으로 전이된다며 동등할인을 주장했다. 결합상품별로 할인 품목을 똑같이 해 유료방송이 헐값에 서비스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동등할인이 아닌 동등결합을 택했다. 통신사 상품은 케이블TV가 빌려서 제공할 수 있는 게 골자다. 이미 정책적인 가이드는 마련됐지만 실질적 논의는 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합병승인을 전제로 동등결합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의무를 이전보다 강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송권역 매각 가능성 없어=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합이 60% 이상 권역에 매각 조건을 달았다는 루머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이번 M&A로 IPTV(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방송(CJ헬로비전) 가입자 점유율이 60%를 넘는 권역을 매각하도록 조건을 달았다는 루머가 일각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상 권역은 15개 안팎으로 가입자수는 헬로비전 전체 가입자(2015년 말 기준 410만)의 75%에 달한다. 하지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인가 조건에 방송권역 매각은 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공정위 보고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권역 매각 이상의 조건이 제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M&A 반대 진영은 이번 M&A로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높다고 주장해왔다. 케이블TV는 보도나 논평이 금지돼 있지만 SK텔레콤이 실질적 보도 채널을 소유·운영하면서 방송의 공공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서 방송권역은 유지하더라도 해당 권역에서 SK텔레콤이 케이블TV를 통해 할 수 있는 사업에 상당한 제약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경쟁 케이블TV나 유료방송 사업자와 경쟁제한을 막기 위해 어떤 조건을 내걸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헬로비전 알뜰폰 매각하나=공정위가 CJ헬로비전의 알뜰폰에도 일정 조건을 부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CJ헬로비전은 가입자수 83만명을 확보한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다. 전체 알뜰폰 시장(633만명)의 13.1%를 차지한다. 12.8%(81만)로 2위를 차지한 SK텔링크와 합하면 가입자 164만명으로 점유율 25%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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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장고 끝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수합병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CJ헬로비전 알뜰폰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M&A 반대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다시 높아지며 독과점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2014년 매출 기준 SK텔레콤 시장 점유율은 49.6%(알뜰폰 제외)로 처음 50% 밑으로 내려왔다. 가입자 기준으로는 2013년 이미 50% 벽이 무너졌다. CJ헬로비전 알뜰폰을 포함하더라도 점유율 50% 회복은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공정위가 CJ헬로비전 알뜰폰 매각을 인수조건으로 달았다면 중저가폰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알뜰폰 시장 가능성을 높게 봤을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경쟁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본 분석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알뜰폰을 인수하더라도 이동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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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장고 끝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수합병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강상태를 빚었던 SK텔레콤-CJ헬로비전 간 M&A 이슈가 다시 통신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공정위 인가조건이 예상보다 까다롭다면 SK텔레콤으로서는 인수 이후의 사업계획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M&A 반대 진영은 아직 구체적 인가조건이 알려진 바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 의견을 청취한 뒤 이달 전체회의에서 최종 심사안을 결정한다. SK텔레콤 의견은 참고 사안일 최종 안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공정위는 최종 의결 후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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