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 역사가 30년, 장비 국산화 역사는 10여년이 넘었는데 아직 고부가가치 공정장비 비중이 낮아 안타깝습니다.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핵심 지적재산(IP)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인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대표는 한국 장비산업이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비 국산화 역사가 길지 않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특유의 높은 기술 난도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공정장비 시장에 많은 기업이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시장 1위 기업이다. 식각·증착 장비 시장에서 특히 기술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강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법인 대표로 재취임했으며 한국법인 대표와 본사 부사장 겸 글로벌디스플레이·에너지환경솔루션 부문 영업총괄 본부장을 겸임한다.
어플라이드는 최근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이 미세공정과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새로운 변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 변화, 플렉시블 OLED 비중 확대로 관련 소재·부품·장비 시장 변화가 활발하다.
기술 변화뿐만 아니라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공급망에도 변화가 생겼다. 많은 기업이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사업을 재편하는 등 선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어플라이드 역시 중국의 변화를 주시한다.
강 대표는 “그동안 중국 매출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발생했으나 지난해부터 반도체 장비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올해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기술 로드맵에 따라 변화 예측이 용이하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은 변동성이 심해 시장 예측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플렉시블 OLED 투자가 커졌지만 장비 기업이 발빠르게 생산능력 확대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내 일부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이 약진한 것은 긍정적이다. 물리기상증착(PVD), 레이저리프트오프(LLO), 레이저결정화(ELA) 등 주요 분야에 걸쳐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고부가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다.
어플라이드 역시 변화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전략을 모색 중이다. 강 대표는 “어플라이드는 주로 백플레인 분야 장비를 공급하므로 큰 변화가 없지만 최근 공급망 이슈가 된 유기물 증착기나 도입 가능성이 논의되는 원자층박막증착(ALD) 장비 등 새로운 분야 가능성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플라이드는 국내 장비기업과 경쟁하지만 부분품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협력사다. 국내 중견·중소기업과 손잡고 장비 부분품을 세계에 조달한다. 매년 협력사 대상 공식 설명회를 개최하고 수시로 협력사를 모집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세계로 공급한 부분품은 약 3억달러(약 3437억원) 규모다.
강 대표는 “단순히 부분품을 조달받는 것을 넘어 품질과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함께 연구개발하며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플라이드 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24억3000만달러(약 2조7845억원)를 기록해 본사 전체 실적의 25%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본사 매출은 97억달러(약 11조1152억원)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