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I산업, 대수술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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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스템통합(SI) 산업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수익률과 발주처의 과다한 업무 변경 등 고질화된 문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SI에 주력하던 주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은 암담한 현실에서 탈SI화를 서두르고 있다. SI 산업과 맞물린 소프트웨어(SW) 업계도 잇따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SI 산업의 대수술론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저성장 늪`에 빠진 국내 SI산업…탈출구 안 보인다

SI 산업을 대표하는 국내 IT서비스 업계는 최근 3년 동안 3%대 저성장세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3.3%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내년에는 2.9%로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기업 수도 제자리다. `SW산업 보고서(2014-2015 상반기)`에 따르면 2013년 IT서비스 기업은 4630개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2012년에도 2011년에 비해 1.0% 늘었다. 같은 시기 패키지SW 업체 수는 4.3%(2013년), 10.6%(2012년) 등 증가세를 보였다.

SI 산업의 허리도 부실해졌다. 국내 IT서비스 기업은 매출액 50억원 이하 중소기업이 80% 이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중소 IT 서비스 기업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매출액 50억원 이하 중소기업 비중은 2009년 82.7%에서 2011년 77.7%로, 70%대로 떨어졌다. 2013년에는 76.6% 기록, 중소기업 비중이 줄어들었다.

◇SI산업 위기 속 흔들리는 SW산업

SI 산업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SW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SI 산업 특성상 보통 한 IT서비스 업체는 많게는 수십 개의 SW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신규 사업 구축뿐만 아니라 이후 해마다 진행되는 유지 보수까지 감안하면 밀접한 관계다. SI업계 어려움은 곧 SW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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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 예로 한때 연매출 500억원 이상을 바라보던 한 SI업체가 최근 파산하면서 관련된 SW업계가 타격을 받았다. 대부분 매출 50억원 미만의 영세 SW업체다. 이 SI업체와 솔루션 계약을 맺은 SW업체 대표는 “아무리 SI업계가 힘들다지만 수백억원대 매출을 내던 곳이 이렇게 몇 년 만에 문을 닫을 줄 누가 알았겠냐”면서 “다른 SI업체도 언제 이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최근 기업들은 IT 예산을 줄이거나 신규 사업을 중단하는 분위기다. 주요 대형 SI업계 역시 대내 사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대외 사업도 부진하다. SW업계가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SW업체 대표는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마치려 하다 보니 솔루션 단가부터 줄이자고 한다”면서 “올해 들어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공 시장을 바라보던 중견 SI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거나 영업이익률이 0%대에 머물렀다.

본업인 SI를 떠나 새로운 IT서비스 영역을 개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 C&C 등 대기업은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공 시장에서 답을 찾지 못한 중견 IT서비스 업계도 대체 사업 찾기에 나섰다.

◇고질화된 문제 미뤄선 안 된다…탈출구 찾자

업계는 SI업계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온 문제점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I업계 수익률은 5%대 미만이다. 수익률이 낮으니 신규 사업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업계 경쟁력은 약화된다. 악순환 구조다. 제대로 된 사업의 금액 산정이 필요하다. 이는 업계 수익성 개선과 직결된 문제다. 초급, 중급, 고급 등 투입되는 인건비에 기초해 사업 대가를 산정하는 맨먼스 방식의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발주처의 과도한 업무 변경 지시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주로 공공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는 서비스 품질뿐만 아니라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추가 업무 지시가 발생하면 관련된 추가 예산의 확보는 필수다. 그런데 공공발주처는 무상으로 추가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SI를 담당한 IT서비스 기업이 비용을 떠안는 구조다.

IT서비스 업계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 또는 법 개정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SI 산업 역시 큰 틀에서 SW 산업의 한 축을 이루지만 그동안 패키지SW 등 전문 SW업체에 비해 관심 순위가 밀린 게 사실이다.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IT서비스 계열사다 보니 정책 지원도 뒷전이다. IT서비스 업계가 현재 김성태 의원(새누리당), 송희경 의원(새누리당) 등 IT 전문 의원실에서 SW 산업과 관련된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체 대표는 “업계가 많이 무너졌다고 하는데 SI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책임도 크다”면서 “왜 SI사업자들의 이익이 안 나는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법적 걸림돌은 없는지 업계와 정부가 함께 종합 점검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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