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혈액형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위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혈액형 보유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지 않았거나 제균치료를 받은 환자도 위암 발생확률이 낮았다.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전상훈)은 소화기센터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6년 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에서 위내시경을 통해 비분문부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 997명과 대조군 1147명에서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 헬리코박터 제균력, ABO식 혈액형, 성별 등 14개 요소를 비교 분석했다.
B형(BB, BO, AB) 유전자가 있는 환자군은 B형이 아닌 환자군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B형 대립유전자가 두 개인 경우(BB) B형 유전자가 없는 환자보다 약 46% 위암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B형 대립 유전자가 한 개인 경우도 약 27% 가량 발생 확률이 낮았다.
장형 위암과 미만형 위암으로 나눴을 때 B형 대립유전자가 두 개인 경우 61%까지 위암 발생 확률이 줄었다. 암세포가 한 곳에 뭉쳐 덩어리로 자라는 경우를 장형 위암, 군데군데 퍼지는 경우는 미만형 암으로 부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과 암 발생 연관성도 밝혔다. 한국인 약 54.4%가 이 균에 감염됐다고 보고됐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감염에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 중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약 65% 위암 발생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만형 위함 환자군은 80%나 줄었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분문부 위암과 비분문부 위암을 구분해 연구를 진행한 것이 혈액형과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여부에 따른 한국인의 위암발생률 차이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위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와 건강보험 적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