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제우스가 바이오 양자점(퀀텀닷)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 양자점은 기존 형광체보다 100배 이상 효율이 높아 차세대 진단의학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다. 이론적으로는 100분의 1 시료로도 동일 수준 진단이 가능하다. 며칠씩 증식 과정을 거쳐야 했던 바이러스도 즉시 진단할 수 있다.
제우스 양자점은 가격과 성능, 양산성 측면에서 상용화 수준에 근접했다. 제약사와 대학, 연구소 등에 시제품을 공급 중이다.
제우스(대표 이종우)는 바이오 양자점(수용성 양자점)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학계와 양자점 효율, 경쟁력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제약사 양산 제품에 공급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전봉현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와 공동 연구로 특성을 평가 중이다.
전봉현 교수는 “양자점이 바이오 실험에 적용되려면 수용성을 가져야 하는데 제조 과정에서 빛의 밝기가 감소하는 단점이 있다”며 “제우스가 개발한 양자점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효율을 갖춰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 양자점은 디스플레이용(지용성) 양자점과 달리 수용성이다. 혈액, 소변 등 바이오 시료 특성상 진단에 사용되는 형광체는 수용성이어야 한다. 양자점은 기존 바이오 진단·실험에 사용되는 금 나노 형광체보다 효율이 100배 이상 뛰어나지만 수용성으로 만드는 게 난제였다. 일반 지용성 양자점에 표면 개질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효율 저하가 발생한다.
제우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용성 양자점을 생산한다. 무엇보다 수용성으로 개질 과정을 거쳐도 효율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게 강점이다. 제우스가 개발한 수용성 양자점은 기존 지용성 양자점과 효율이 동일하거나 높다.
기존 형광체보다 시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양산 기술도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지용성 양자점을 수용성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양자점이 버려진다. 제우스는 지용성 양자점 재료 90% 이상을 수용성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공정 수율이 획기적으로 높은 셈이어서 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진단키트를 만드는 제약사에 퀀텀닷 소재를 공급하는 게 제우스 목표다. 고효율 진단키트, 기존에는 검출하지 못했던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급속진단키트(래피드 키트)를 만들 수 있다. 기존 형광체보다 효율이 100배 이상 높기 때문에 극미량 시료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을 진단하려면 잠복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거나 시료를 수일간 증식해야 했다. 극미량 시료도 검출이 가능한 퀀텀닷 특성을 이용하면 이 과정이 필요없다. 기존 진단키트로는 진단이 어렵던 바이러스 즉시 진단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종우 제우스 대표는 “양자점이 고효율 발광 소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이오 시장에 맞게 수용성으로 개질하면서도 효율을 유지한 것이 핵심”라며 “상용화 시점은 고객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검증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실제 제품화는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