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성적표 중 하나는 얼굴이다. 기준은 행복이다. 나이가 들수록 확연해진다. 김양수 클립소프트 대표의 성적은 `수`다. 최종 성적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다. 김 대표 첫인상은 밝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여전하다. 타고난 것도, 억지로 웃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직원들 때문에 웃다보니 정말 웃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기는 대표 표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철학 때문이다.
김 대표 성적표는 직원들이 써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웃는 얼굴은 그대로 직원들에게 전염됐다. 몰래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니 하나같이 표정이 밝다. 출근했다고 손 흔들며 인사하는 부장급 직원이 어색할 정도다.
김 대표는 “CEO에 E가 `Executive`가 아니라 `Entertainer`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표정만으로 회사 분위기를 바꾼 것은 물론 아니다. 직원을 만족시키려고 끊임 없이 고민한 결과다.
시작은 해외여행이었다. 창립 이듬해부터 1년에 한 번 전 직원이 돌아가며 해외여행을 간 게 회사 전통이 됐다. 여행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직원 각자 원하는 여행지를 써내면 동일한 지역끼리 팀을 꾸려 떠난다. 여름철 휴가와 겹치지 않게 겨울을 이용한다. 물론 여행비도 회사가 부담한다. 3년에 한 번은 직원 가족까지 보내준다. 휴일 사이에 평일이 낀 샌드위치 데이에는 무조건 연차를 쓰도록 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렸다.
김 대표는 “9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10년도 안돼 이만큼 성장한 것은 직원들 덕분”이라며 “연봉이나 근무 여건, 복지 등을 대기업에 맞춰줄 수는 없지만 이 가운데 적어도 하나만큼은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달 전 사옥을 코오롱 디지털타워빌란트 1차로 옮길 때도 직원들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내부 인테리어와 배치, 구성 모두 직원들이 스스로 정했다. 한 쪽에는 널찍한 휴게실도 만들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대표 사무실도 직원들이 정해줬다. 가장 안 쪽에는 밀실이 있다. 입구에는 `힘내`라고 적혀있다. 누구라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이용하도록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일에 집중해도 되지만 무언가 생각할 일이 필요하거나 쉬고 싶을 때 쓰도록 할 것”이라며 “이 곳에 들어가는 순간, 전화도 안 한다”고 말했다. 직원에 대한 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클립소프트는 중소기업임에도 직원 이동이 거의 없다. 김 대표를 포함해 창립 멤버 9명 중 8명이 남았다. 클립소프트 이전 시절까지 더해 김 대표와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직원도 3명이나 된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도 이미 정착했다. 경기도 동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매일 출퇴근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다.
김 대표가 꿈꾸는 `다니고 싶은 직장`에는 어느 정도 근접한 모습이다. 남은 고민은 유산이다. 상속자는 직원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줄까 고민하고 있다”며 “회사 사업을 확대하고 성장하는 것 모두 이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