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웨이 특허전쟁]화웨이, 중국발 특허 전쟁 방아쇠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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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자사 연구개발(R&D) 투자 노력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화웨이 R&D 투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92억달러(10조8000억원)다. 화웨이 관계자는 “매년 10조원 이상을 R&D에 투자, 기술 혁신을 일으키겠다”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적인 R&D 투자는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국제특허 신청 건수 1위 기업이다. 지난해만 3898건의 특허를 신청했다.

화웨이에 R&D 투자 규모와 특허 신청 건수는 삼성전자와의 특허 전쟁을 벌이기 위한 명분이다. 이만큼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삼성전자)가 화웨이 기술을 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경에는 중국과 우리 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알력 다툼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특허 변리사는 “화웨이의 특허 소송은 중국 기업에 `이제는 때가 됐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서 “그동안 베끼기에 급급한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소송 내용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금지 가처분 등 강력한 조항은 없다. 화웨이가 삼성과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결국 특허 공유 등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예측도 이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화웨이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삼성과의 기술 제휴, 즉 크로스 라이선스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서는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이야기다. 선전 인민법원이 화웨이의 손을 들어 준다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영향력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중국 시장 지배력이 약해진다면 중국에 진출한 다른 우리 기업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기술 기반의 중국 기업들이 때를 노려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7.7%로 지난해 대비 39% 떨어졌다. 시장 2위 자리도 화웨이에 내줬다. 특허 소송이 진행되면 점유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평가다. 결국 화웨이는 삼성의 시장 지배력을 뺏어 오는 것을 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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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제소는 중국발 특허 전쟁 방아쇠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기술을 침해해 제품을 생산해 오던 중국 기업은 오히려 특허 소송 대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국내 기술을 베낀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우리 기업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삼성에 소송을 걸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특허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우리 기업에 싸움을 걸어 볼 만하다는 것이다. 화웨이를 필두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잇따라 소송을 낼 것이라는 예측도 이 때문이다. 특허 전쟁이 확전된다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화웨이와 삼성의 싸움은 단순히 기업 대 기업 대결 구도가 아니라 중국과 우리나라 간 기술 경쟁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중국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