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삼성 겨냥 특허 소송 3년전부터 준비했다"

3년 공들여 특허 대거 매입…中기업 전방위 공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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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삼성전자와 특허 전쟁을 벌이기 위해 2013년부터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샤프, IBM, NCR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의 특허를 사들이는 등 소송을 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화웨이가 중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특허 공격에 나서면서 중국 기업의 전방위 특허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2일 전자신문과 IP노믹스가 화웨이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는 2013년에 다른 기업의 특허 114건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특허 1건을 외부에서 매입한 화웨이는 2012년까지 33건의 특허를 사들이는 수준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샤프, IBM, NCR 등 글로벌 기업의 특허와 장우조·종진강 등 중국 기업의 특허를 다량 매입했다. 2013년 사들인 특허 수만 해도 이전(2006~2012년)에 매입한 특허 전체보다 3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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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특허 협상을 시도하던 시기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소송하기 이전에 삼성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로열티 등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려다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의 소송에 대비해 필요한 특허를 사들이고 이를 총알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허 소송을 위해 화웨이가 다방면으로 준비해 왔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이 특허 침해를 했다고 주장하는 화웨이의 특허 11건 가운데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조건부 업링크 시간의 동기화 방법(미국 특허 등록번호 8885583)`은 2013년 화웨이가 샤프에서 사 온 62개 특허 가운데 하나다. 특허 전문가는 소송에 매입 특허가 사용됐다는 것은 화웨이가 삼성과 싸우기 위해 미리 대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아닌 이상 일반 특허 침해 소송은 자사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특허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다른 회사에서 사들인 특허를 활용했다는 것은 특허 소송전을 위해 매입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가 지속해서 특허 매입 수를 늘려 2·3차 공세를 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화웨이는 2014년에 특허 25건을 사들이며 주춤하는 모양새였지만 지난해 다시 특허 107건을 매입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대상 기업도 호야, 해리스, 니누이 등 전방위로 확대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금까지 특허 51건을 사들였다. 이 추세라면 올해도 100건 가까운 특허를 매입할 것이란 게 업계 예측이다.

화웨이 소송이 중국 기업에 특허 분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중국 기업은 지금까지 아이디어, 디자인, 기술을 베끼는 등 특허 침해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을 벗어난 해외 시장에서 잠재적 위험(리스크)을 안고 있었다. 화웨이가 삼성을 공격하면서 중국 기업도 특허 포트폴리오만 잘 갖추면 특허 전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일종의 `리스크 헤지`인 셈이다.

강 변리사는 “앞으로 화웨이에 이어 우리 기업에 특허 공격을 해 오는 중국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라면서 “화웨이처럼 특허 매입으로 자사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가 매입한 특허 수 연도별 현황(미국 등록 특허 기준)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공격할 때 사용한 샤프 매입 특허

"화웨이 삼성 겨냥 특허 소송 3년전부터 준비했다"
"화웨이 삼성 겨냥 특허 소송 3년전부터 준비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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