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으로 출발한 20대 국회 첫날, 여야 모두 민생·경제법안을 앞세워 발의하며 기선 잡기에 열중했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이후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개혁`을 외쳤고, 더불어민주당은 서민부채 탕감 이벤트와 함께 민생법안 10여개를 발의하는 등 민생 달래기에 초점을 뒀다. 국민의당은 일자리 개선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경제 법안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들 3당이 발의한 대부분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법안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1호 법안을 선정하는 등 정책 주도권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1호 법안으로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주도한 `청년기본법`을 공식 발의했다. 청년기본법은 국무총리실에 청년위원회를 설치해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산발적으로 관리하는 청년 관련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고려했던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을 뒤로 하고 청년기본법을 1호 법안으로 정한 건 통과 가능성과 상징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비록 선거에는 패배했지만 스스로 변화하고 거듭나는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집권 여당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법·파견법 등 노동개혁 4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도 잇달아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23명의 이틀 분 세비 8200만원을 걷어 주빌리은행에 전달, 서민 부채 탕감에 나서는 것으로 20대 국회 시작을 알렸다. 더민주 측은 이 돈으로 서민 2525명에 대한 부실채권 123억원을 매입해 소각한다고 밝혔다.
또 △가습기살균제 등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생활화학물질피해구제법(옥시법)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활동을 연장하는 세월호특별법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위해 지방교부금 교부율을 올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누리과정법) 등을 `긴급 현안 3대 법안`으로 추진키로 했다.
더민주는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건강보험 단일부과체계 개편법,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를 위한 국민연금법,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회균등촉진법 등도 중점법안으로 제시했다.
변재일 더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요법안 모두가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민생직결 핵심법안”이라며 “이 모두를 `오직 민생법안`으로 명명하고 집중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1호 법안을 선정하는 대신 `공정 성장`을 모토로 일자리 개선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불평등 격차 해소, 중부담·중복지 실현, 인권증진 및 카르텔 해체, 튼튼한 안보를 6대 정책 기본 방향으로 정해 발표했다. 이런 틀 안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 패키지 정책을 잇달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