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주최한 `디스플레이 위크 2016`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의 앞선 기술력과 연구개발 잠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동시에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 원천기술로 무장한 일본의 재기 노력이 얼마나 거센지도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27일(현지시각) 폐막한 SID 디스플레이 위크 2016은 총 등록자 7263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2% 증가했다. 세계 경기침체로 다소 주춤했던 참가 인원이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코리아` 재확인
올해는 특히 한국 연구진과 기업이 활발히 참여해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매년 SID에 참가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패널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77인치 UHD HDR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전시장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를 압도했다. 스마트폰·자동차용 고화질 패널, 인셀 터치 등 중소형 제품 기술력도 과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불참했으나 올해 다시 전시와 세션 발표에 참여하면서 활기찬 전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플렉시블 OLED, 홀로그래픽 3D 등 단연 앞선 기술력으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VR용 패널은 OLED 강점을 극대화해 세계 중소형 OLED 시장 강자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VR용 OLED에서 눈의 피로도를 줄이는 `바이오 블루` 기술도 처음 선보였다.
SID에 채택된 한국 논문 수는 최근 5년간 역대 최다인 96편으로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연구진이 다수 수상하는 쾌거도 거뒀다. 각 부문에 걸친 총 15명 수상자 중 6명이 한국인이다.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한국인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게 관계자 중론이다.
성균관대 교수이자 SID 펠로우(석학회원)인 정호균 교수는 AMOLED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대면적 상용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 상(Karl Ferdinand Braun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SID에서 가장 영예로운 부문으로 평가받는다.
전북대 교수이자 SID 펠로우인 이승희 교수는 LCD 액정제조기술인 FFS(Fringe-Field-Switching) 관련 제품 개발, 상용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더 잰 래지맨(The Jan Rajchman Prize) 상을 수상했다.
SID 펠로우 중 정보디스플레이 분야에 큰 공헌을 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SID 펠로우 어워드 부문에서는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창희 서울대 교수가 수상 영예를 누렸다. SID 특별표창 어워드 부문은 이종서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엔지니어, 오창호 LG디스플레이 전무가 수상했다.
◇떠오르는 AR·VR, 재도약 노리는 LCD
다양한 콘퍼런스와 기술 세션에서 단연 인기를 끈 것은 증강(AR)·가상(VR)현실 기술이다. AR·VR 시장에서 경합 중인 투명LCD, 마이크로OLED, 마이크로LED, 레이저 등 다양한 기술 개발 현황이 등장했다.
전시장에서도 AR·VR 기업은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SID가 별도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스타트업 공간 아이존(I-Zone)에서는 국내 기업 `라온텍`과 `테라클`이 각기 다른 기술 방식의 AR·VR용 기기를 시연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커브드 LCD, 플렉시블 LCD 등 LCD를 고도화해 떠오르는 OLED를 견제하고 LCD 저변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특히 대만과 일본의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대만 AUO는 아몰퍼스실리콘(a-SI) 기반으로 지난 2014년 커브드 LCD를 개발한데 이어 올해 롤타입 LCD를 개발했다. 2017년 이후 자동차용으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했으며 컬러리스 폴리이미드(PI)필름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결과물을 공유했다.
일본 폴라테크노는 플라스틱 LCD의 낮은 이미지 품질을 해결하기 위해 폴리에스터(PET) 필름과 트리아세틸셀룰로스필름(TAC)을 적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만 E잉크도 플렉시블 패널 대열에 합류했다. E잉크는 32인치 플렉시블 전자종이를 발표했다. 풀컬러를 구현하는 20인치 전자종이도 함께 전시했다.
◇거세게 추격하는 중국
올해 SID에서 중국은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BOE가 선보인 세계 최초 10K 해상도의 82인치 커브드TV는 실제 ppi가 높지 않아 상징적 의미에 그쳤다. BOE와 티안마가 선보인 플렉시블·커브드 OLED를 비롯해 고해상도 중소형 패널도 전반적으로 인치당 픽셀수(ppi)가 높지 않다.
중국 제조사 부스가 예상보다 기대 이하 평가에 그쳤지만 기술 개발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BOE의 경우 첨단 중소형 OLED를 비롯해 고해상도 LCD, 초대형 LCD, 프리폼디스플레이(FFD), 자동차와 AR·VR용 패널 등 대형 OLED를 제외한 대부분의 첨단 기술 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과 대학의 연구논문도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에 폭넓게 분포했다.
디스플레이 위크에 참가한 한 업계 전문가는 “OLED는 현재 중국과 최소 5년에서 10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기술 격차를 느꼈지만 불과 1년 사이 빠르게 성장한 중국의 면모를 보게 돼 한국 기업이 국가적 차원의 성장 전략을 실행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