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제는 디지털복지다]<1>프롤로그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가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기기가 없으면 회사업무도 개인생활도 하기 힘든 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와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빈곤층은 디지털기기로 정보 습득이 어려워 디지털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기본적인 디지털복지를 누릴 수 있는 정책을 도입, 시행 중이다.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은 기본적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최첨단 기술 교육까지 다양한 정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6개국 디지털복지 현장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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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일본 간병·심리치료 로봇 `파르로`, 간호로봇 `로베어`

미국 정부는 계층간 디지털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인터넷서비스 보조금을 지원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저소득층도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보조금액은 가구당 월 9.25달러로 저소득층 디지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통신비를 지원하는 `라이프라인`(Lifeline) 프로그램에 광대역 인터넷서비스를 포함했다. 라이프라인 프로그램은 1985년 유선전화 이용료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이다. 2008년에는 휴대폰 서비스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톰 윌러 FCC 의장은 “미국인 5명 중 1명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플랫폼인 인터넷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접속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유지하는 참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접근은 기본권

윌러 의장 말처럼 인터넷 접속은 물과 공기처럼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 됐다. 과학기술과 디지털화가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는 인터넷이 필수다. 인터넷으로 각자 편리한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과 계층에서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후진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에서도 경제 빈곤층은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평등으로 빈곤이 세습되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졌다.

결국 디지털 기술 진보가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낙관은 그저 낙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불평등을 해소에 앞장서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디지털복지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새로운 정보매체 접근성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보소외 계층에 장비와 서비스를 보급해 정보격차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무료 공공 와이파이 확대

서울시는 올해초 버스와 지하철, 광장 등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 디지털 기본계획 2020`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지하철과 공공청사 등 일부 장소에서만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버스와 지하철, 공공기관, 광장, 공원 등지는 물론이고 사람 통행이 많은 도심의 대로도 포함된다. 대상 지역에는 이동통신사의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 시스템이 설치된다. 다른 통신사에 가입한 사람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디지털 불평등이 존재한다. 남부, 중부, 동부 유럽은 북서유럽보다 디지털 접근권이 제한돼 있다. 디지털 격차는 교육수준, 문화, 시장조건, 비즈니스, 일자리 창출, 그리고 도서 지역 개발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공동으로 5G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잠재적 혜택을 모든 유럽 시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EU는 디지털 복지를 실현함으로써 유럽 단일시장을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도록 만들고 수십만개에 달하는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도 복지실현 앞장

기업도 디지털복지 실현에 팔 걷고 나섰다. 구글은 2015년 가을 익스피디션(Expedit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선생님과 학생이 가상현실(VR)기로 학생들이 지금껏 가보지 못한 곳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갈라파고스, 만리장성, 월스트리트, 남한산성 등 자연 및 문화유산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구글은 저렴하게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광섬유 회선인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도 미국내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저개발국가 사용자에 인터넷 무료접속서비스인 프리베이식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이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라즈베리파이도 있다. 영국 라즈베리파이 재단은 최근 단돈 5달러짜리 컴퓨터인 라베리파이 제로를 내놨다. 키보드도, 마우스도 없고 칩 하나만 달려 있지만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용도로는 최적이다. 모든 학생이 쉽게 컴퓨터를 이해함으로써 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다 함께 누리자는 게 취지다.

◇로봇 건강 돌보미

로봇이 치매 등 보호가 필요한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인간형 로봇 `페퍼`로 노인 대상 간호 실험을 시작했다. 페퍼는 간병 복지 시설에서 노인별로 간호 수준에 따라 복약 관리, 체조 등 레크리에이션을 실시한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고령 환자 이동을 돕는 간호로봇 `로베어`를 개발 중이다. 로베어가 맡은 역할은 침대 생활이 많은 환자를 휠체어 등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이다. 팔을 들어 올리는 등 재활 운동도 도울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는 환자 몸무게는 80㎏이다.

로봇은 치매 노인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유대감도 느끼게 해준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먼 일이 아니다. 일 강도에 비해 보수가 낮아 간병 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간호 로봇이 적극 도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럽 복지 선진국 덴마크는 로봇으로 80세 이상 고령자 요양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4과 2015년 2년 동안 덴마크의 49개 지방정부는 고령자 간호 인력을 로봇 등으로 대체 투입해 3500만달러(약 385억원)의 복지예산을 절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이 글로벌 문제로 떠오른 불평등과 소외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복지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공동취재팀=김원석·권상희·유창선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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