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국내 장비기업 실적이 `중국`과 `SK하이닉스 반도체 투자`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설비 투자 효과로 반도체 장비를 공급사는 실적이 올랐지만 삼성전자 위주로 납품하는 기업은 하락세를 보였다.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공급계약을 맺은 곳을 중심으로 시장 관심이 컸지만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영이 예정돼 큰 성장세는 없었다. 되레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한 인력과 설비 투자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중국 패널 제조사에 활발히 장비를 공급한 기업은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이 상승했다.
17일 본지가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상위 10개 기업을 중심으로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흐름을 보였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기업은 SFA, 주성엔지니어링, 디엠에스, 참엔지니어링이다.
SFA는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가 줄었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와 협력해 실적을 방어했다. 1분기부터 자회사 SFA반도체와 연결기준 실적을 제시하게 돼 지난 1분기 매출 2052억원, 영업이익 4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35.8%, 8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SFA반도체가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 성장폭이 줄었다. SFA 자체로는 디스플레이용 물류장비와 일반 물류장비, 플렉시블 OLED용 장비를 활발히 공급해 올해 성장 기대감이 높다.
주성엔지니어링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설비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1분기 영업이익이 1042.8% 성장한 80억원, 매출은 59.4% 성장한 542억원을 달성해 역대 1분기 실적 중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핵심 제품인 반도체용 원자층증착(ALD) 장비 공급이 크게 증가한 게 주효했다. 미세 공정 전환에 따라 ALD 수요가 늘면서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없었지만 2분기부터 플렉시블 OLED용 장비를 납품할 것으로 기대했다.
디스플레이용 세정장비 강자인 디엠에스는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7.9% 성장한 435억원, 영업이익은 250% 늘어난 7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중국 패널 제조사에 적극 대응해 실적이 증가했다.
일찌감치 중국에 제조법인을 설립한 것도 주효하다. 지난해 중국 자회사 매출이 97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2% 성장했다. 올해 중국 패널 제조사의 LCD와 OLED 설비 투자가 예정돼 있어 DMS 성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참엔지니어링은 디스플레이용 레이저리페어 장비를 앞세워 중국을 중심으로 실적이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 100억원 이상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손실비용을 처리했지만 최대주주를 교체한 뒤 대부분 문제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경영문제와 별개로 국내외 사업은 설비 증설 투자로 호재를 맞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플렉시블 OLED 설비 투자를 시작하면서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은 AP시스템과 HB테크놀로지는 기대 이하 성적에 그쳤다. 장비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인력과 설비를 늘리면서 고정비가 증가했고 수주 계약에 따른 실적은 2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AP시스템은 1분기 매출 442억원,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대비 매출은 44.4% 줄고 영업이익은 5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지난 1월과 2월에만 플렉시블 OLED용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와 레이저결정화(ELA) 장비에 대해 1785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고 이후 추가 계약을 잇달아 체결해 성장 기대감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OLED 투자에서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HB테크놀로지도 1분기 매출 35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7%, -50% 역성장했다.
국내 장비시장 1위 기업 세메스는 지난 1분기 매출 1258억원, 영업손실 97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61.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 이렇다 할 반도체 설비 투자가 없던 게 주효하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상위 10개사 2016년 1분기 연결실적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