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칼텍, 광 집속 가능한 산란렌즈 개발

빛이 불투명 매질을 통과할 때 흩어지는 특성을 역이용해 레이저 빛의 초점 위치를 자유롭게 조절하고 원하는 위치에 비출 수 있는 기술을 GIST(광주과학기술원)와 미국 칼텍(Caltech) 연구진이 공동 개발했다.

이 연구는 GIST와 칼텍이 교수 1대1 매칭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동 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관련 논문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4월 7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성과는 피부 레이저 치료 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정상 조직에 손상 없이 뇌 안쪽 깊은 곳에 레이저 빛을 쪼일 수 있는 광치료법 개발에 돌파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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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헌 GIST의생명공학과 교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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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중박사

엄태중 고등광기술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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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후에이 양 미국 칼텍 교수 연구팀은 레이저가 생체조직 같은 불투명 샘플을 통과할 때 광 위상 반전 기반으로 광파면을 조절해 통과되는 빛의 산란을 억제하고 광 집속의 선명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레이저 빛을 다양한 의료 분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광 기술을 적용할 때 빛의 산란으로 인해 레이저가 주변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대부분의 경우 빛이 표면에만 쌓여 정작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레이저 빛의 양이 충분하게 전달되기 힘들다. 따라서 빛을 제어해 피부 안쪽 깊숙이 빛을 집속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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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우선 생체 조직 같은 혼탁한 매질을 모사하기 위해 산화아연(ZnO)으로 도포된 유리판을 준비하고, 공간상의 한 점에서 나오는 레이저 빛이 이 매질을 통과해 산란되는 과정에서의 광 위상을 기록할 수 있는 광 위상 반전기(optical phase conjugator)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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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매질을 통해 입사하는 레이저의 광 파면을 제어해 통과한 빛이 원래의 점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집속되는 빛의 밝기가 주변으로 산란되는 빛보다 최대 8000배 밝은 광 집속 효과를 나타냈다. 또 한 평면상에서 광 파면의 각도 조절을 통해 여러 개의 점으로 2차원 패턴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기존 렌즈보다 훨씬 더 넓은 초점거리 범위에서 광학계의 기계적인 움직임 없이 임의의 3차원 패턴을 구현했다. 이때 사용된 산란매질은 광파면 조절을 통해 3차원에서의 광 집속이 가능해 `산란렌즈`라고 명명했다.

정의헌 GIST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궁극적으로 피부 레이저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고 암 치료에 적용하는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에서 우리 몸의 깊은 부위까지 레이저가 도달하지 않는 한계를 극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