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맺은 결실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은 단연 `양국 간 교역 규모 회복`이다. 쪼그라들다시피한 교역 규모를 정상화하는 것을 뛰어넘은 성과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다. 52조원(456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협력은 외교 순방 이래 최대 성적표다. 이란 정부가 기존의 원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이 강한 우리나라를 이상형의 경제 협력 파트너로 지목했다.
대규모 교역 확대의 주역은 인프라 건설 산업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철도, 공항, 수자원 등 총 116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사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인프라 건설, 가장 큰 `선물 보따리`
이란은 한반도 7.5배에 이르는 넓은 국토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산악, 사막 등 험준한 지형으로 철도 부문이 다소 낙후돼 있다. 이란은 최근 철도 물류 확충과 현대화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이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철도 연결도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
이란의 제6차 5개년 개발계획(2016~2020년)에도 철도 건설이 포함돼 있다. 이란 도로도시개발부가 최근 27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토교통부와 이란 도로도시부는 철도·도로 등 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 해양수산부와 이란 해사항만청은 항만개발협력 MOU를 각각 교환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관련 분야 진출을 적극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인천공항공사와 이란 이맘호메이니 공항공사는 이맘 공항의 제2터미널 건설에 협력키로 했고, 토지주택공사와 이란의 신도시개발공사는 양국의 도시·지역 개발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이 밖에도 철도기술연구원와 이란 과학기술대는 철도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손잡기로 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총 5건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게 됐다. 프로젝트 규모는 88억6000달러에 이른다.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건설 사업은 가계약을 체결,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헤란 쇼말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MOU 교환으로 사업 추진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이란 철도청에 디젤 차량 150량을 공급하는 철도차량 공급 사업 건도 합의각서(MOA)를 교환, 수주 가능성을 제고했다.
◇수자원 관리 협력 확대…ICT 기술력 인정
이란은 연평균 강수량 약 300㎜로 물 부족 대표 국가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지난해 이란을 세계 16위의 `물 스트레스` 국가로 지정했다.
이란은 지난 30여년 동안 600여개의 댐을 건설했지만 저수율이 50% 미만이고, 저수용량도 감소(연 0.5% 이상)해 물자원 효율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게다가 상수도의 경우 누수율이 40%로 높고 요금 현실화율이 50% 수준으로 낮아 정부 보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물 부족을 실업, 인플레, 마약과 함께 이란의 주요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자원 관리, 수도시설 유수율 제고 등 이 분야의 협력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국토부와 이란 에너지부(MOE)는 수자원 개발, 스마트 물관리 등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ICT를 활용해 부셰르시의 수도 유수율 제고, 수도 통합시스템 구축 등 `스마트 물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스마트 물관리란 ICT로 물 순환의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수질, 수압, 누수 등 정보를 수집·분석해 물자원의 누수를 막고 효율적인 물관리를 할 수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베헤슈트 아바드댐 및 도수로 건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일반약정을 체결,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댐 및 도수로 사업은 총 539㎞를 연결·건설하는 사업으로, 27억달러 규모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인프라 사업의 양국 간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란은 오는 2020년까지 평균 8%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을 목표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향후 더욱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테헤란(이란)=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