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통신사업자, 투자 시들...장비업계 `한숨`

Photo Image
1분기 통신사 설비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45% 이상 급감하면서 장비업계가 고사위기에 몰렸다. 월급이 밀리거나 인력감축을 고려하는 업체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1분기 통신투자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장비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70% 이상 투자가 급감했다. 통신사가 주파수 경매 이후로 투자 계획을 미룬 데다 CJ헬로비전 합병 인가 심사가 지연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장비업계는 통신사의 선제 투자와 정부의 신속한 정책 결정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일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통신3사 1분기 설비투자(CAPEX)는 총 493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9129억원에 비하면 약 46% 감소했다. 1조원 가깝던 투자액이 1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최악의 투자 가뭄`이라는 한숨이 나온다.

투자가 가장 줄어든 것은 SK텔레콤이다. 1분기에 780억원을 투자하면서 전년 대비 75.5% 급감했다. 올해 투자하기로 한 돈 보따리(2조원)의 4%밖에 풀지 않았다. KT도 2159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보다 39% 줄었다. KT 역시 CAPEX 집행률이 8.6%에 불과하다. 1999억원으로 16.1% 감소한 LG유플러스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1분기가 전통의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투자가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통신 투자가 급감한 가장 큰 이유로 주파수 경매가 꼽힌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2016 주파수 경매는 통신망 구축 의무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핵심인 A·C·D 블록에 대해 4년 안에 전국망의 65%를 구축하도록 했다. 2013년 경매 때는 의무가 `5년차 30%`였다. 투자 의무가 갑절 늘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을 받으면 바로 올해부터 투자를 시작해야 해 사업자마다 돈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인가 심사가 지연되는 것도 투자에 악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업자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큰손`에 해당하는 SK텔레콤은 1분기에 1000억원도 투자하지 못하는 등 `경영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5세대(G) 이동통신 투자 전까지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까지 만나면서 장비업계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인력 감축 등 비상수단 동원 움직임을 보인다.

서울에 있는 한 통신장비업체 팀장은 “통신사와 정부 모두 발주를 하지 않아 고사 위기에 처한 기업이 상당수”라면서 “월급이 한두 달은 기본이고 6개월 밀린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네트워크 업체 관계자는 “통신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납품 단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 “사업을 해도 적자를 내는 상황이어서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통신 장비업체 사장은 “5G 이전까지 대규모 투자가 없어 장비업계가 혹한기를 겪을 것”이라면서 “그나마 계획된 투자라도 선제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3사 1분기 설비투자액 현황

자료:통신3사 IR자료

1분기 통신사업자, 투자 시들...장비업계 `한숨`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