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언론과 대화]한국적 양적 완화 추진...기업 구조조정에도 정부 재원 직접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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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재원을 투입한다. 26일 박근혜 대통령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밝힌 `한국형 양적 완화` 추진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썩은 살`을 도려내는 작업에 정부가 메스를 대고 붕대도 감아주는 것이다. 채권단 자율에만 맡겨서는 구조조정에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나온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국회 협조가 필수다.

◇기업 구조조정, 정부가 `칼자루`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과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해운·조선·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개 취약업종 가운데 가장 시급한 조선, 해운 분야 구조조정에 역량을 모은다.

`구조조정 작업 중심은 채권단`이라고 강조했지만 추진 체계상 주도권은 정부가 갖게 됐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3개 트랙`에 모두 정부가 포함됐다.

트랙1은 정부 내 협의체와 채권단, 트랙2는 금융감독원과 채권단, 트랙3은 주무부처와 개별기업이 주관한다. 무엇보다 주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라 정부 의지와 판단이 구조조정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재원을 투입한다. 국책은행에 출자해 구조조정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보급할 계획이다. 국책은행은 늘어난 자본으로 부실채권을 처리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금융위는 “선제적이고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책 금융기관의 철저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이와 함께 기재부, 금융위, 한은, 산은, 수은 등 관계기관 협의로 적정 규모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중심으로 구성하는 태스크포스(TF)는 조만간 회의를 열고 세부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지원 규모와 방법은 기재부와 한은 모두 “아직 정해진 것 없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기재부와 한은에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며 “(자금이)얼마나 필요할지는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추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도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는 현 상태 계획대로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한 재원 투입 방안은 결국 기재부 재정 지원과 한은 발권력 동원으로 압축된다. 기재부의 현물 출자, 추경 편성 가능성 등도 거론된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이 예상되기 때문에 추경 편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계속 악화되는 재정건전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이 산은, 수은에 출자하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금융안정기금` 활용 제안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하면 부실이 없는 정상 금융기관에 출자·대출·채무보증 등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임 위원장은 “금융안정기금은 금융 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실효돼 유효하지 않다”고 활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관건은 한국은행 `판단`과 국회 `의지`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서 한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한은은 조심스럽다. 독립성을 추구하는 중앙은행 출자 결정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본 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참여할 것이지만 어떤 구체적 내용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요청이 오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한은 독립성뿐 아니라 법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행법상 한은은 수은에 출자할 수 있지만 산은은 불가능하다. 한은은 수은 지분 13.12%를 보유한 주주다. 그러나 산업은행법상 산은은 정부 출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은 출자를 받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 개정에 야당 반대가 만만치 않다.

결국 국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자금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 위원장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처럼 큰 기간산업은 채권은행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산업재편과 노동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해 국회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여야정 협의체는 입법과 재정지원으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되고 문제가 최소화되도록 환경을 만드는 지원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량 실업 대응을 위한 국회 협조도 필수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생되는 근로자 실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 생계안정과 신속한 재취업 지원이 매우 중요한 만큼 노동시장 4법 등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 파견확대(파견근로자보호법), 구직급여인상과 기간연장(고용보험법)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재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관련 법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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