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국내 최초 통합형 장애아동 재활병원이 공개됐다. 막바지 의료기기 구축을 마치고 오는 28일 개원한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어린이가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자립하도록 전인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다. 13세 이하 및 정신연령이 18세 이하인 장애인이 대상이다.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포함한 신체·정신장애 치료를 제공한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넥슨과 푸르메재단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넥슨이 총 건립비 44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기부했다.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는 부족했지만 곳곳에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할 배려가 묻어 있다. 접수대와 대기석을 최소화하는 대신 카페와 최대 3000권을 소장하는 어린이 도서관이 구비됐다. 다양한 전시 행사가 열리는 열린복합치료실도 1층 로비에 만들었다. 지하 수영장을 비롯한 운동 공간과 1층 전시실은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된다.
박이선 넥슨 사회공헌팀장은 “1층 로비는 지역 주민도 편하게 이용하도록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면서 “장애 아동이 주 이용층이지만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 장애아동 인식을 개선하고 비장애 아동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총 7층으로 구성된 병원은 2~6층에서 진료와 치료가 이뤄진다. 2층은 물리, 작업, 언어, 감각, 음악 치료 등이 이뤄지는 신체 치료 공간이다. 기구를 이용한 신체 치료부터 화장실 물 내리기, 물건 옮기기, 전등 끄기 등 인지 치료까지 이뤄진다.
한 층 올라가니 치과가 나온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쉽게 올 수 있도록 지상 주차장이 바로 연결된다. 장애인이 가장 진료받기 어려운 곳 가운데 하나가 치과다. 엑스레이 촬영부터 진료 좌석에 눕는 것까지 쉽지 않다. 이곳은 장애인 전용 전신마취실, 엑스레이 촬영실을 갖췄다. 진료실 내 체어(진료 의자) 수를 절반으로 줄여 휠체어를 탄 환자가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한 게 눈에 띈다.
백한승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치과전문의는 “기존의 엑스레이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촬영하지 못했는데 바닥 단을 높여서 환자의 불편함 없이 촬영한다”면서 “구강내과, 예방치과 등을 확대 개설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 아동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4~6층은 정신건강의학과,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위한 ABA조기집중치료실, 병동, 재활 공간이 위치한다. 입원실은 장애 아동을 배려해 부모와 함께 잘 수 있도록 침상이 넓다. 넥슨 직원이 재능 기부한 귀여운 캐릭터도 병상에 그려졌다.
한참 둘러보니 땀이 흐른다. 병원 내 모든 바닥이 난방이 들어오는 온돌이다. 장애 아동 가운데에는 침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언제든지 바닥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했다.
그동안 30만명이 넘는 장애 아동은 전문 재활병원이 부족해 전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어린이 재활병원 특성상 하루에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수가 제한된다. 연간 적자 규모만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지원, 모금 등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아직 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기구도 완벽히 구비되지 않았다. 국민의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