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 "5G 표준화 이전 상용화 시기상조"

마츠 그란리드(Mats Granryd)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5세대(5G) 이동통신 비전과 전략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독창적이고 구체적이라며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란리드 총장은 한국의 5G 비전과 전략이 미래지향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나라 비전과 전략이 한국과 유사해지는 등 앞서가는 방식이 도전받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5G가 새로운 미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그는 상용화에 대해서도 당초 예정보다 이른 2018년 상당부분 가시화(Pre release)될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 연결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통신사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나라 정부가 통신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 1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그란리드 총장이 3박 4일간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첫 방문했다. 방문 이전부터 한국의 모바일 역동성을 알고 있었다는 그는 “지하철을 비롯해 어디서나 편리한 모바일 환경에 놀랐다”고 말했다.

16일 입국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을 시작으로 18일 황창규 KT 회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19일에는 조준호 LG전자 사장을 만난 후 경기도 분당 SK텔레콤 5G 글로벌 혁신센터를 둘러봤다. 주요 기업 CEO와 의견을 교환했다고 원론적으로 응수했지만, 미래부·방통위와 만남에 대해서는 GSMA가 모바일 산업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과 규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19일 오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잇따라 만나고 출국했다. 18일 저녁 국내 언론 처음으로 본지가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5G 조기 상용화가 거론되고 있다.

▲MWC 2016에서 확인된 것처럼 5G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열기는 매우 높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2018년을 조기 상용화 시점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가 5G가 미래를 위한 초석이자, 약속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MWC 2016에서도 봤지만 한국이 5G 최전방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5G 쇼케이스(Showcase)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에 오기 이전에도 글로벌 선도기업의 5G와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에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5G와 밀접한 가상현실(VR)과 관련, 한국 통신사는 이미 프로야구 중계를 VR로 하고 있을 정도다.

5G 시장은 충분히 클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를 비롯 화웨이, ZTE, 노키아가 5G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요한 건 앞으로 5G 전개 방향이다. 5G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5G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나라와 달라야 한다.

­한국의 5G 주도 가능성은.

▲세계적으로 통신사는 5G로 무엇을 할 것인가, 5G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한국은 강한 입지를 선점했다. 한국의 통신 역량이 앞서 있어 통신사의 5G 비전과 전략도 독창성이 있고, 구체적이다. 한국 통신사가 앞서나가는 건 5G 전략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에서 생각으로만 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사와 통신사가 협력해 역동적으로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있는 국가다.

5G에 대한 구체적 시도로 비전을 제시하는 등 한발짝 앞서 있는 건 분명하다. 한국이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5G 비즈니스 발굴 등 미래지향적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앞서 가는 만큼 다른 나라의 전략과 비전도 유사해지고 있다. 각국 통신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앞서나가는 방식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5G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나가지 못하면 미국과 유럽에 뒤처질 수 있다.

­2020년 5G 국제 표준화에 앞선 상용화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GSMA는 5G 표준 난립을 우려하고 있다. 5G에 앞서 4G 글로벌 단일 표준은 최초 사례다. GSMA는 어렵더라도 5G도 단일 표준을 유지하고 싶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이 2018년 5G 조기 상용화를 하더라도, Pre release라는 점을 인지하길 바란다. 즉, 글로벌 표준 변경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5G 조기 상용화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만, 규모의 경제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GSMA는 일본이 3G에 대한 표준화가 정립되기 이전 FOMA(Freedom of Mobile Multimedia Access) 투자한 사례를 상기했다. 일본이 3G 표준화 이전 상용화했지만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아 지속되지 못했고 손실 규모도 상당했다. GSMA는 회원사에 최초가 되기 위한 노력과 현실적 난관을 고려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VR과 IoT도 구체화되고 있다.

▲5G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VR 분야에서 앞서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은 VR 분야의 구체적인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미래지향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성공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성공 사례를 늘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유럽도 IoT에 대한 아이디어는 많다. 하지만 구체적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다. 5G가 상용화되면 VR과 IoT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분야에서 잠재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한다. 5G가 구체화되면 원격 수술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5G 주파수도 중요하다.

▲5G 주파수는 초저지연과 빠른 속도, 대용량을 위해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저대역 주파수 중 700㎒와 3.5㎓가 남아있지만. 저대역 주파수는 사실상 포화상태다.

고대역 주파수가 필요하지만, 주파수는 가용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파수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역 주파수와 저대역 주파수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이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버리지를 위해 4G 저주파 대역과 대용량·초저지연을 위해 5G 고주파 대역을 조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30㎓ 이상 고주파 대역 커버리지 구현은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실외 커버리지 확보를 위해 LTE-A(저대역)을 이용하고, IoT와 실내 등 대용량·초저지연이 필요한 곳엔 고대역을 활용하는 모델이 어떨까 싶다.

­한국은 조만간 주파수 경매가 예정돼 있다.

▲주파수 경매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주파수는 유한한 국가자산이다. 이통사 뿐만 아니라 위성사업자, 방송사 등 수요자가 늘고 있다. 주파수가 국가 자산이라고 통신사에 과도한 비용(overcharge)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통신사의 과도한 비용은 새로운 투자 여력을 줄일 수 있다. 통신사가 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어렵다.

오는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통신사가 9000억달러를 투자(CAPEX)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통신사가 새로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안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고도 중요하지만, 통신사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재투자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설탕을 섭취해 에너지(국고)를 얻을 것인지, 장기적으로 감자를 꾸준히 먹어 건강(지속 투자)을 유지할 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문제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다보스포럼 화두는 `연결성(Connectivity)`이었다. 연결성이 전제돼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하다. 앞으로 통신사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가 수익을 내야 투자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도 만난다(인터뷰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 만남 전날 진행됐다.)

▲미래부·방통위 등 정부와 GSMA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의견을 교환한다. 모바일 서비스와 이용자 관련 이슈가 모두 정부 규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모바일 제품은 물론 이용자 이슈도 마찬가지다.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 상임위원과 여러가지를 논의한다. 미래부·방통위와 만나지만, 3년 후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통신과 모바일이 의료와 복지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으로서 포부는.

▲굉장히 영광스럽다. 모바일 산업은 열정적이고, 미래도 낙관적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모바일 산업은 수요가 2배, 3배 증가하는 흔치 않은 분야다. 세계적으로 GSMA 회원사와 더불어 모바일 산업이 멋지고 중요하다는 걸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의 통신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모바일 분야 글로벌 성 평등에 일조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휴대폰을 보유한 남성보다 여성이 2억명 적다. 이들에게 디지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GSMA가 통신 관련 여러 분야에서 촉진자(facilitator)가 될 것이다. 지난주에도 한중일 CSO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 주요 통신사와 모바일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각국 규제 기관과도 공유할 것이다. 베스트 프랙티스도 공유한다.

◇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은

올해 1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에 취임한 마츠 그린란드는 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그동안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논리를 바탕으로 GSMA를 이끌고 있다. GSMA에 합류하기 이전 그는 유럽에 위치한 9개 국가에서 1400만명 이용자 수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한 텔레2(Tele2)에서 회장·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스웨덴 출신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공과대학교(the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매츠에서 이공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에릭슨(Ericsson)에서 15년간 근무하며 북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 본부장을 지냈다. 북서유럽, 인도, 북아프리카 지역을 비롯 CDMA 분야를 총괄했고, 보다폰(Vodafone), 바르티(Bharti) 등 글로벌 고객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에릭슨 합류 이전에는 아리고(ARRIGO)와 안데르센 컨설팅(Andersen Consulting)에서 이동통신 분야 전략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사무총장으로서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으로 GSMA 회원사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전자신문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유럽 IT유력 매체와 콘텐츠 교류를 제안했고, (유럽 IT유력 매체를) 소개해 줄 수 있다며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표시했다.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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