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쟁보다 초당적 합의로 미래 먹거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 정책, 산업 전방위 개선이 필요하다.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ICT와 과학기술계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처 칸막이 등으로 파편화된 정책을 일원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자신문은 ICT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15일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20대 국회 ICT 산업 활성화 좌담회`를 개최했다. 새로운 국회에서 ICT와 과학기술 정책 전문성을 발휘할 여야 비례대표 1번 당선자 의견을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 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
△송희경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
△신용현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자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20대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한다. 당선 소감과 포부를 부탁한다.
◇송희경(새누리당 당선자)=국민께 감사하다. 2주간 현장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국민 전체가 고객이 된다는 생각을 현장에서 느꼈다. 아저씨, 할머니 손잡으면서 이분들이 내 고객이라고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전에는 기업에 있어 만나기 어려웠던 분들이다.
비례대표는 지역구가 아니라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국회를 이끌어 가는 의원이다. 4년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국회의원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말고 일하겠다. 임기 4년 이후 뭐할지 벌써부터 물어보는데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4년간 불꽃처럼 `초집중`하겠다. 전 직장 직원들에게 군대를 갔다 오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굳은 각오를 다졌다. 산업현장과 국민, 정부, 정권 사이 통로가 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당선자)=13일 동안 당대표를 따라서 유세를 지원했다.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재래시장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우리가 미래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꼈다. ICT와 과학기술은 미래 먹거리 기반이다.
앞으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할 것이다. 나는 수학교육과 교수로 과학기술 보다 교육 쪽에 가깝다. 과학기술과 ICT 기반이 되는 것이 교육이다. 과학기술이든 ICT든 토대는 수학이다. 국가 경쟁력은 인재양성에 달렸다. 인재양성이 최대 화두가 돼야 한다. 수학적 고등사고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면 그 뒤에 과학기술, ICT 산업계로 효과가 반영된다. 이공계 교육 전문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
◇신용현(국민의당 당선자)=무엇보다 신뢰를 주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국민의당 선거유세단 이름이 `국민편 일당백`이었다. 국민 편에서 민생 이런 것 등을 하겠다는 뜻이다. 유세 중 사람들을 만나보니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과학기술계 대표로 비례대표로 들어간 만큼 이 분야 발전에 힘쓰겠다. 당이 과학기술을 중시한다. 당선 안정권 5~6명 중 1, 2번을 과학기술계 출신으로 배치했다. 3분의 1 이상을 과학기술계에 배려한 셈이다.
과학기술을 잘 하려면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 연구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아래로 내려오면 변질된다. 소통이 안 되면 부작용이 굉장히 많다. 소통을 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 과학기술계 사람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과학기술계 말을 전달할 통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에 충실히 하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초심 변하지 말고 잘 하라는 주문이 많았다. 선거 결과를 보면서 굉장히 잘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사회=`여소야대`라는 선거 결과도 중요하지만 민심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박근혜정부가 지난 3년간 노력했지만 ICT 부문 성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박 정부 ICT 정책과 대한민국 ICT 산업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신용현=박근혜정부가 출범 초기 과학기술을 ICT에 접목한 창조경제를 통해 국민 행복을 추진한다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방향이 잘 맞았다. 우리의 강점을 잘 땄다. 시기도 굉장히 적절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성과 나온 게 각 지열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 것 말고는 없다. 하드웨어(HW)를 구축한 것 말고는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가 부족하다. 이슈가 많이 발생한다.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 얘기도 있었고 드론, 사물인터넷, 핀테크, 사이버보안 등 이슈는 많지만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다.
정부 역할은 이런 이슈를 잘 따라가도록 미리 대비하고, 판을 깔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쪽에 속도가 안 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빨리 보여주는 것을 하다 보니 실제로 중요한 소프트웨어(SW)적인 것은 소홀했다.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그쳤다. 이슈는 거의 다 나왔다. 굉장히 많이 나왔다. 민간 기업이 각각 분야에서 노력했다. 다만 정부가 그것을 뒷받침할 만큼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박경미=유세를 다니면서 재래시장에 많이 갔다. 그 옆에 대형마트가 많이 있다. 대형마트 때문에 골목 상권 다 죽는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ICT 업계에서도 이런 일이 왕왕 일어난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골프장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ICT 벤처기업이 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췄다. 중소기업청 지원도 받고, 수출도 한다. 그런데 한 통신사가 벤처기업 기술을 잠식하고 인력도 빼갔다. 벤처기업 CEO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가고 백방으로 뛰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안타까웠다. 골목상권뿐 아니라 소규모지만 기술력이 탄탄한 정직한 벤처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성장 과실이 소수에게 독점되면 안 된다. 경제 성장 온기가 구석구석 퍼져야 한다. 자생력을 갖춘 ICT 벤처가 살아나야한다. 대기업에 흡수당하며 고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ICT 인재가 일본으로 많이 간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 좋은 직장을 구하려고 줄 서있다. 산업계에서는 적당한 인재가 없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우수한 인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고 걱정한다. 우수 인력 해외 유출이 너무 아쉽다. 이런 불일치가 어디서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사회=여당 입장에서 현 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를 것 같다. 송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 ICT 정책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생각하나.
◇송희경=성과와 한계가 분명하다. 최근 몇몇 벤처인과 청년 인재 유출을 놓고 얘기 나눴다. 국내 우수 인력 이탈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신드롬이 잘 보여줬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업계에 좋은 인력이 많다. 하지만 회사를 키워도 상품을 팔 길이 없다. 바깥으로 마케팅할 전략과 영업사원이 부족하고 글로벌 수출 노하우가 없어 그냥 묻힌다. 대기업에 일자리가 있으면 스타트업이 키워 놓은 인력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가 성공사례를 보였다. 10년 전 스타트업을 시작한 뒤 구글에 인수됐다. 구글은 딥마인드에 대기업 브랜드 가치를 줬다.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벤처를 인수해 키우는 성공사례가 나오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구조가 조성되면 우수 인력이 굳이 대기업이나 해외로 가지 않는 실리콘밸리 모델이 마련된다.
현 정부 성과는 단순한 HW 중심 ICT에서 SW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이다. 이것은 확실한 성과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만들었다.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강조해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SW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었다. 각 부처가 융복합 ICT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단순 인터넷 서비스화와 융복합은 완전히 다르다.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베이스캠프로 기능하게 만들었다.
초당적 정책 입안이 안됐다는 점은 한계다. 입법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계속 발목을 잡혔다. 이것은 여당, 야당 모두 책임이다. 클라우드발전법도 3년 계류하다 처리됐다. 규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한계였지만 정책이나 기반 구성은 좋았다. 일자리 창출을 못한 부분은 있다.
알파고도 10년 걸렸다. 과학기술도 지속·적극적으로 해줘야 성과가 난다. 하드웨어는 공장 지으면 보인다. 수출하면 반도체 몇 개 팔았는지 눈에 보인다. SW는 보이지 않으니 가치 창출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효과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집중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기다려 줘야 되는데 SW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회=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나타난 국민 실망감을 기대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그 핵심 기반은 ICT 산업이다. 20대 국회가 집중해야 할 ICT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송희경=지속적인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리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이것은 아니다, 실패했다고 무시하고 또 다른 정책을 펴면 안 된다. 돈도 없고 경제성장도 안 되는 상황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가야된다.
글로벌을 지향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베이스캠프로 SW 유관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당이 벤처 육성해야 한다고 하는데 벤처를 이곳에 모이게 해야 한다. 권역별로 집중투자 해서 생긴 곳은 산업 특성이 있다. 스타트업이 모여 인프라를 이용해 서비스를 많이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서 이런 사례를 벤치마킹하게 해야 한다. 해외에서 자꾸 오게 하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된다. `글로벌 지향형 창조경제`가 내 공약이다.
이것이 통일을 위한 허브 준비가 될 것이다. 일본이 스타팅 포인트가 되게 하지 말고 부산을 유라시아와 동북아로 가는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가 부산에서 유라시아까지 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20대 국회에서 기존 정책을 더 보강해야 한다.
유턴 특구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 성공한 기업이나 실패한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경제특구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거점 중심으로 규제 프리존을 만든다. 외국인도 들어오게 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중심으로 주변 대학을 들어오게 해 산업 특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내수만으로는 경제 활성화 어렵다. 글로벌 진출 투자가 필요하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국을 국가 세일즈 장으로 만드는 정책이 중요하다. 평창도 마찬가지다. 여러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 한류 문화 체험하러 `요우커`가 들어오는 것처럼 우리나라 우수한 ICT 인프라를 보러 오게 해야 한다.
◇박경미=한국 ICT 정책은 통신과 HW에서 인터넷 플랫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인터넷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인터넷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이 국내 산업 발목을 잡는다. 해외 기업에 실효성이 약한 비대칭적 규제다. 국내 사업자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국내 기업 역차별을 해소해 경쟁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인터넷 창업 활성화를 위한 신생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개인창작자와 중소기업 인터넷이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상공인, 골목상권 상점, 재래시장 상인 등 인터넷 활용도가 낮은 기업과 개인을 위한 인터넷 활동 도우미 제도가 요구된다.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 콘텐츠 개발과 진흥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에서 SW로 무게 중심 변화가 일어났다면 긍정적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간판만 요란하게 걸어놓고 콘텐츠나 성과는 부족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그쪽을 허브나 메카로 삼아 여러 기업을 유턴하게 해야 한다. 대학생과 산업계가 만나는 통로로 만들어야 한다.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다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시간, 노력과 재원을 집중해 만든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가거나 정략·정치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기왕 구축한 것이니 중심축으로 삼아 같이 지원해야 한다. 협조적인 입장에서 지원해야겠다.
◇신용현=SW로 기조가 옮겨졌다는데 (정책) 순서가 틀렸다. 분위기를 먼저 조성했어야 한다. 현장에서 SW 교육 건의가 많았는데 창조경제혁신센터만큼 빨리 시행되지 않았다. 가시적인 성과 위주로 가다보니 정책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창조경제를 잘 하려면 우리가 잘 하는 ICT를 기존 주력산업에 붙여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벤처를 창업하고, 그 기술을 대기업에 접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각 단계에서 문제되는 것을 고쳐나가야 한다.
민간이 잘하는 것은 잘하게 두고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다.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신생 벤처나 스타트업이 넘어야 하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 규제 문제가 시급하다. 풀어야 될 규제는 안 풀린다. 시험인증 등 `착한 규제`는 준비되지 않았다. 정계가 민간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제 시간에 맞출 수 있다. 이미 현장에 상품이 나온 다음에 인증해주려 한다. 그제서야 대응하니 시간이 늦고 안 맞는다. 시험인증 인프라 확충, 창업지원 프로그램, 인력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
사람이 중요하다. ICT 기반 창조경제는 HW보다 창의성을 중시한다. 원천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여러 판을 깔아줘야 하는데 부족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업을 하겠다고 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사람이 모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여러 분야 사람이 만나 얘기 나누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하는 판은 부족하다.
연구인력 관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연구관리제도나 평가제도가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아직까지도 정부 정책은 단기 성과를 요구한다. 창의력을 억지로 짜내길 강요받는 상황이다. 상대평가가 심해서 옆 사람이 내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된다. 관리 보다 창의적 연구를 북돋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게 좋다.
◇사회=ICT 발전을 위해서는 벤처·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스마트카·IoT·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성장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 벤처산업과 신성장산업 확대 방안이 있나.
◇신용현=당 공약으로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내걸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인수 상대가 꼭 있어야한다. 잘못하면 인력만 쏙 빼가는 등 문제가 많다. 인수합병 활성화 플랫폼 만들고 전문기관 통해 정당한 가격으로 인수되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우수제품을 많이 쓰는 것도 필요하다. 소규모 업체끼리 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것을 우선적으로 선정해야 한다. 중소기업 대상 국가 R&D 예산 비중을 13%에서 2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허기술이전 후불제 등으로 중소기업 기술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이익 발생 후 특허권에 후불로 지급하는 것이다. 지금은 특허가 사장되는 일이 많다.
대기업 합병 등에서 우수 인력과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형 노키아 지원 정책을 제안한다. 중기청 산하 관련기관 설립해 해당기술 이전과 관리를 맡는다. 독립분사 시 지원한다. 안철수 당 대표가 벤처기업을 경영해봐서 현실적 문제를 잘 안다. 창업하는 사람이 2차 납세 책임을 많이 진다. 벤처 창업자 2차 납세를 면제해야 한다. 연대보증도 폐지해야 한다. 실패 용인하는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재창업하는 사람이 차별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박경미=산업수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산업계와 밀접한 연구를 한다. 최적화 이론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베를린 교통문제를 수학자가 해결하기도 했다. 신성장동력, 일자리 창출과 연관된다. 미국에는 빅데이터 이용해 당뇨병 진료하는 회사도 있다. 미국 연방정부 지원 받아 시작했는데 지금 1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 수학적 기법 이용하면 강력한 도구가 된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스타트업에게 금맥이 될 수 있다. 창업자금 조달도 필요하지만 이에 필요한 법률, 마케팅, 지식재산권 등 종합 지원 센터도 마련해야 된다.
◇송희경=근본적으로 벤처 육성은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확대해야 한다. 벤처나 산업은 생태계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벤처인이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창의적 사고를 하는 젊은 인재가 많지 않다. 성공학습 DNA가 부족하다. 우버 같은 앱만 개발하려 한다. 서비스 중심 앱만 생각하는데 기존 산업을 창의적으로 바꾸는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
제조업별로 젊은 인재 모아 아이디어 내게 해야 한다. 아이디어 경진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서비스가 아니라 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 전화번호 114가 있듯이 창업 관련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 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벤처 창업자와 만나보니 창업 뒤 발생하는 여러 문제 해결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통합 센터를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그곳으로 가게 하자. 그래야 중구난방이 안 된다.
창조경제에 기여한 기업과 개인을 발굴해 격려와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벤처가 전 산업으로 퍼져나가도록 해야 한다.
◇사회=ICT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과학기술이다. 기초과학 분야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박경미=기초 과학 분야에서도 교육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현재 교육은 입시 위주로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해서 빠른 시간에 푸는 게 핵심이다. 사고력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도화된 기술 개발이 가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경제전략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인터넷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ICT 산업 및 과학기술 사업화, 기술이전 정책, 첨단 기술 융복합화 등을 위해 민관합동정책의결기구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송희경=연구를 꾸준히 계승하는 정책이 없다. 정부가 정책 바꾸지 말고 성과 나오기 전까지 계속 연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연구로 끝나서도 안된다. 제품 개발로 나아가고, 상품화까지 넘어가야한다. 정부 출연연이 기업을 `을`로 본다. 기업을 출연연 개발 성과물을 파는 곳으로 생각해야 한다. 돈을 못 버니까 출연연이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신용현=과학기술에는 지식 창출을 위한 기초과학과 공공적 이익을 위한 공공기술을 비롯해 산업기술, 국방과학, 우주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기초과학은 사람을 믿고 다양한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공공기술이나 산업기술 분야는 국가 차원에서 비전과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과제 단위 투자 효율성이나 성과관리보다 프로그램 단위 필요성·효율성 성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 미래 예측 등에 대한 장기적 안목도 중요하다. 부처간 칸막이 현상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사회=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거버넌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정부 ICT·과학기술 거버넌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송희경=정책을 모아 컨트롤타워 역할 하라는 게 미래창조과학부다. 의미 있는 부처다. 그 전에는 중복투자가 많았다. 하지만 미래부가 정책을 입안해도 부처가 동의하지 않는다. 부처간 칸막이, 성과주의 이런 것 때문에 잘 안 된다. 클라우드발전법이 대표적 사례다. 산업 육성하라고 법은 통과됐는데 다른 부처가 협조를 안 한다. 보안, 정보유출 우려 때문에 안 된다며 따라오지 않았다. 부처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장남이 잘못하면 교육을 시켜야한다. 장남을 쫓아내고 차남에게 하라는 것은 문제다. 산업, 행정, 국방 모두 ICT와 융합하지 없는 분야가 없다. 부처간 칸막이 없애고 성과주의 없애려면 컨트롤타워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미래부를 강화시켜야 한다. 교육, 경제 부총리 있는데 ICT와 과학기술 쪽에도 그 정도 직권을 강력하게 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이끄는 특위 만들자고 제안했다. 좀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동등한 부처로 만들면 안 된다.
◇박경미=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기반 닦아 놓은 ICT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박근혜정부가 해놓은 것은 긴 시간 흐름 속에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ICT 부총리든 과학기술융합 부총리든 집중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ICT 최상위 의결기구와 과학기술 의결기구가 이원화됐고 안타까운 면이 있다.
4차 산업혁명 근간이 되는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래 성장재원인 학생들이 중요한 시기에 유형화된 문제풀이 연습을 하는 게 안타깝다. 교육시스템을 사고력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 평가가 일단 발목을 잡는다. 현재 제도에서는 문제를 보는 순간 풀이법을 떠올려야 한다. 속도검사, 선택형 위주다. 이를 과정중심 평가로 바꿔야 한다. 가벼운 서비스 개발이 아니고 묵직한 기술 기반 서비스 혁신이 가능한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 SW 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엇박자가 있다. 대부분 코딩만 강조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고력, 근원적 사고 교육으로 가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재가 육성된다.
◇신용현=통치권자가 얼마나 관심 있느냐에 따라 힘이 달라진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정권 처음에 강했다. 지금은 튜닝 역할 밖에 안 된다. 실제로 전 정권 때는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고 통치권자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어 국가 R&D 예산 쓸 때 전체를 통합해서 봐야 한다. 현재는 각 부처가 하고 싶은 것을 가져오면 빼고 더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빠지고 중복되는 사업이 많다. 미래창조과학부 실장급이 그런 일을 담당한다. 다른 부처가 실장급 말을 들을 리가 없다. 분명히 확대 개편돼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 부총리 도입으로 위상 격상시킬 필요 있다.
과학기술 중심이라면서 지금은 국 한 개로 쪼그라들었다. ICT 쪽 현안이 워낙 많다. 지금은 과학기술 전문 관료가 죽었다. 뭔가 할 수 있는 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과학기술 전문 관료를 다시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공계 출신 고위공직자가 많아져야 한다.
◇사회=당선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ICT·과학기술 거버넌스와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신용현=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똑같은 일을 두고 신명나게 일할 때와 어쩔 수 없이 할 때는 생산성 차이가 많이 난다. 과학기술계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생산성도 낮아졌다. 과학 기술인은 자부심 이런 것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살려줘야 한다.
특히 사기가 떨어졌던 것은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당위성 모르는 게 아니라 그냥 연구소도 똑같이 하라고 하니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인식이 나왔다. 현장을 너무 무시하는 것은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인이 박사 받고 너무 늦게 일을 시작하니 정년이나 이런 것 늘리자는 얘기가 있었다. 정년 연장해줄 듯 하다가 임금피크제만 도입되니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박경미=미래 먹거리, 신성장 동력 ICT 융복합 등은 다 같이 매진해야 한다. 당을 떠나서 모두 마찬가지다. 정치 중립적 영역이다. 초당적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전문가가 반드시 고위공직일 필요는 없지만 사기진작은 필요하다. 과학기술 공무원 비율이 27%에서 25%로 떨어졌다. 2%P지만 굉장히 큰 수치다.
◇송희경=ICT·과학기술 정책은 범 부처, 초당적이어야 한다. 알파고 열풍 뒤 모든 국민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졌다. 로봇을 하나 만든다고 해도 시신경, 골근육, 수학 알고리즘, 신소재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은 이 부처는 이것만, 저 부처는 저것만 한다는 식이다.
과학이든 산업이든 SW 재편을 빨리해야 한다. 미국·일본·중국 등 사이에 끼어 힘을 못 쓴다. 통일을 전제한 ICT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시급한 문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나라 산업 재편이 힘들어진다. 중국에 밀려 완전히 추락할 수 있다. ICT 융복합을 위해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바쁜 가운데 소중한 의견 감사하다. 앞으로 20대 국회에서 ICT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기대한다.
정리-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