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차기 대선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총선 결과에 따른 유불리를 떠나 차기 대권주의 암중 모색은 시작됐다. 특히 원내 인사들은 당락으로 운명이 대체로 명확히 갈렸지만 원외 인사들은 여전히 행보가 오리무중이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측근들의 성적표가 나오면서 이들의 `대권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손 전 고문은 크게 약진했다. 손 전 고문은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원 의사를 전달하는 등 측면에서 선거전을 도왔다. 손 전 고문이 지원한 후보 가운데 당선된 인사는 더민주 양승조, 조정식, 우원식, 이찬열, 김민기, 유은혜, 이개호, 전현희,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 등 16명에 이른다. 다수가 총선에 출마해 `손학규계`를 형성, 세력이 강화됐다.
손 전 고문 측은 인간 관계를 고려해 지원한 것이지 정치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신의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끊임없이 나온다.
반면에 박 시장과 안 지사는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의미에서 대권가도의 최소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박 시장 측에서는 10여명이 `박원순 키드`를 자처하며 출사표를 냈지만 3명만이 당선했다.
안 지사 측 역시 충남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종민 후보와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 후보가 각각 충남과 대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안 지사 선거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박완주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정운찬 전 총리도 이번 총선에서 선거 지원에 가세하면서 내년 대선 행보를 위한 `군불 지피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원한 전현희, 서영교, 박영선 후보 등이 당선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4·13 총선이 끝나면서 `대선주자 대안론`이 한층 힘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이 더민주에 제1당 자리를 내준 데다 여권 내 대선 후보로 지목된 오세훈, 김문수 후보 등이 고배를 마신 탓으로 풀이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