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버업체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려된 위탁생산을 이용한 공공시장 우회 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노버, 인스퍼, 화웨이 등 중국 서버업체의 성장세가 무섭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곳은 인스퍼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지사를 설립했다. 4분기에는 첫 공급 사례를 기록했다. 공급 규모는 x86서버 632대다. 최단 기간에 대규모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시장 순위도 단숨에 6위로 뛰어올랐다. 오라클, 화웨이를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을 제쳤다. 시장 5위 시스코와도 공급량에서 10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는 저사양급부터 고사양급까지 제품을 다양화한다. 최근 유통사 세 곳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별 유통 채널은 확대한다.
인스퍼코리아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과 손잡고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방식으로 600대가 넘는 서버를 공급했다”면서 “올해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자체 브랜드로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4분기에 국내에서 사업을 개시한 레노버도 꾸준한 성장세다. 지난해 4분기 x86 서버 판매량은 총 3627대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0%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시장 2위까지 올라설 계획이다.
화웨이도 꾸준히 판매량을 늘인다. 지난해 4분기에 161대를 판매했다. 네트워크 사업에 강점이 있는 만큼 통신시장을 적극 노리고 있다.
세계 서버시장에서 `차이나 파워`는 무섭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서버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톱5 기업 가운데 세 곳(레노버, 화웨이, 인스퍼)이 중국 업체다. 엄청난 규모의 중국 내수시장에 기반을 둔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시장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서버 업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델, 후지쯔 등 저사양급 시장에 초점을 맞추던 외산업체는 긴장 상태에 있다.
직격탄을 맞는 곳은 국내 중소 서버업계다. 중소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1~2유닛 서버시장을 중국 서버업체가 겨냥하고 있다.
국내 중소 서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HPE, 델 등 미국 업체와 경쟁도 힘겨웠는데 가격 우위에 있는 중국 업체까지 시장에 합류하며 더 어려워졌다”면서 “기술과 제품이 평준화되면서 가격이 도입 기준으로 작용, 중국 서버의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공공시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 서버, 스토리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두 제품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외산업체 참여를 제한,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국산업계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스퍼는 차단된 공공시장 우회 진출을 시도한다. 국내 중소기업에 서버 뼈대(베어본) 또는 화이트박스로 공급한 뒤 국내 기업 브랜드로 바꿔 달면 공공시장 판매도 문제가 없다. 실제로 인스퍼가 지난해 4분기에 판매한 제품 대부분이 OEM 방식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 상당수가 대만 등으로부터 마더보드를 수입해 조립·공급하는 상황에서 인스퍼는 막을 수 없다”면서 “국내 기업이 인스퍼 등으로부터 OEM 방식으로 공급받아 제품을 공급하면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을 주저,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