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막을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를 활용하면 각종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명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이하 고 교수팀)은 최근 TET단백질이 없거나 부족하면 강력한 악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TET단백질을 만드는 TET유전자 기능이 암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고명곤 교수는 “거의 모든 암에서 TET단백질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는 TET유전자가 다른 암에서도 암 억제 유전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팀은 TET단백질과 암의 상관 관계를 생쥐 실험으로 입증했다. 생쥐의 조혈모세포에서 높게 발현하는 TET단백질 두 종류를 동시에 없앤 뒤 관찰했다. 2종의 TET단백질이 모두 사라진 생쥐는 1주일 내에 조직학·세포학적으로 암 징후가 관찰됐다. 이 생쥐는 모두 4~5주 안에 악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죽었다.
TET유전자가 사라진 조혈모세포는 림프구성 계열이나 적혈구 계열로 분화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했다. TET단백질이 면역세포의 분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준 결과다. 또 TET유전자가 결손된 손상된 DNA는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세포 분화 과정 동안 이 현상이 축적되자 게놈도 불안정해졌다.
고 교수는 “실험에서 나타난 혈액암은 기존에 알려진 다른 암 억제 유전자가 없을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TET단백질과 암의 인과관계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라며 “이번 연구로 DNA에 손상이 쌓이면 세포의 암화를 촉진한다는, 즉 DNA를 구성하는 염기의 화학적 변형과 게놈 안정성, 세포의 암화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ET단백질의 발현 수준이나 활성을 유전자 단위에서 조절하면 악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성유전학적 방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